내가 바로 원효인데..
글쓴이 : 묘안심     첨부파일 :       날짜 : 02-07-05    조회 : 1777

원효대사가 인적 드문 산골마을을 지날 때였다..

오래 걸어 지치고 날도 곧 저물 것 같아 그는 마침 그곳에 있던 작은 절에 들어갔다..

'소승은 이름 없는 떠돌이 중이온데, 며칠 묵어 가기를 청합니다.'

그는 자신이 원효라는 것을 감추고 주지스님에게 깍듯이 예를 갖추어 합장했다.
주지스님은 원효를 찬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머무르게. 객승이라도 놀고 먹는 법은 없으니까 우리가 손해 날 것은 없지'

다음날부터 주지스님은 원효에게 청소와 장작 패는 일, 그리고 공양 시중을 시켰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원효가 보기에 학승들은 각자 책을 지키고 앉아 열심히 외고는 있으나 머리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주지스님은 날마다 방에 누워 빈둥빈둥 누룽지만 먹는 게으름뱅이였다.
누구도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객승이 유명한 원효대사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원효는 서서히 부아가 치밀고 이런 곳에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바로 원효인데..'

생각 끝에 원효는 절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가 떠날 채비를 하자 주지는 이렇게 성실하게 일 잘하는 객승은 처음이니 더 머물다 가라고 한사코 붙잡았다.
만류에 못 이겨 주저앉은 그는  
'내가 원효인데...' 라는 마음을 지닌 채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더는 참을 수 없어 모두 잠든 새벽녘에 몰래 줄행랑을 치는데

그의 등 뒤에서 '원효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지스님의 목소리였다.


<좋은생각 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