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야생동물의 낙원인가
글쓴이 : 청암     첨부파일 :       날짜 : 03-02-04    조회 : 3181

요즈음 폭설과 혹한 때문에 굶주리다 못한 야생동물들이 비쩍 마른 몸으로 공포스런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마을로 내려오고 있다. 그러면 주민들이 요소요소에 덫이나 올무를 설치하여 잡고,   밀렵꾼들은 총을 쏴서 살해함으로써 생명을 해치고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비정한 행위가 부쩍 늘고 있다. TV와 신문에는 올무에 목이 조여 질식해 죽은 산토끼와 고라니, 덫에 발이 잘린 멧돼지와 노루의 참혹한 형상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자주 오르내린다.
        
  우리의 선인들은 적은 음식이라도 여러 중생과 나누는 '고시레'를 행하였고, 방안에 들어온 새는 잡지 않았으며, 감을 다 따지 않고 날짐승의 먹이감으로 얼마를 남기는 '까치밥'의 인정을 베풀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아기를 잉태하였을 때 동물을 먹지 않는 금기(禁忌)를 지키게 해서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쳤다. 즉 '토끼를 먹으면 붉은 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것이요.',  '닭을 먹으면 닭살의 아이가 태어날 것이요.' 식으로 동물을 먹지 못하게 하고 또 그대로 지킨 것은 생명을 생산하면서 다른 생명을 해치는 것은 인정상 도리가 아니요, 그 해로운 영향이 태어날 아기에게 미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살림이 풍족해져서 먹고 살기에는 충분한데도 자기가 기른 가축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재산인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이웃이 늘어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분명히 강도와 같은 범법이요 가증스러운 살생행위이다.
며칠전 강원지방경찰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11월부터 밀렵과 밀거래 사범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81명의 밀렵사범을 적발, 전년 같은 기간의 25명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하였다. 또 나라 전체로는 야생동물의 밀거래가 2천억원에 이른다고 중앙의 매스컴이 지적한 바도 있고,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니 그 폐해가 얼마나 심하겠는가.

  불교도들은 생명을 살리는 방생(放生)을 한다. 외국에서는 야생동물보호구역과 생태마을을 늘려가고 있으며, 낚시질을 해도 서너 마리를 낚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낚시질을 해도 물고기를 무제한으로 잡게 하고, 명태도 새끼인 노가리까지 잡아 씨를 말린다. 더구나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야생동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자연환경보호 차원에서 농가에 보상하여 주면 될 것을 가지고 농작물보호라는 구실로 수렵지역을 만들어놓고 돈을 받고 살생하게 해서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추긴다.      

  지금 호주에서는 수렵과 개발로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어가는 코알라와 캥거루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동물을 보호함으로써 생태적 환경을 유지하고, 또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기에 그 보상은 충분하고도 오히려 남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마지막 고향'으로 자부하는 강원도는 그 고향으로서의 지킴이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생태와 환경을 온전히 보존하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강원도가 살 길이며, 정이 넘치는 조화로운 사회 구현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산하에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고, 그 순진한 눈망울을 두리번거리는 야생동물의 수도 현격히 줄었다. 따라서 밀렵을 철저히 감시하고, 수렵지역은 수렵금지지역으로 완전히 바꾸어 야생동물들이 맘대로 뛰노는 자연생태공원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금번 굶주린 야생조수의 먹이주기에 군부대를 비롯하여 철원, 양구, 홍천, 춘천, 영월, 고성군 등의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아름다운 강원도를 만들어가는 조짐이기에 조금은 다행스럽다.

이 땅은 지금의 우리들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의 것이다.
아름답게 잘 가꾸어서 곱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2003년 1월 23일 강원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