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보부모은중경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13-05-24    조회 : 2519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많은 기념일이 있다. 형식적인 틀이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마는, 바쁘게 사느라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니, 특별히 정하여 지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이 달의 문화재에서는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소개하면서 부모님의 은덕에 대해서 마음 깊이 느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불설대보佛說大報부모은중경』,『은중경』이라고도 부른다. 이 경은 부모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여러 가지 비유로 강조하여, 스스로 보은할 마음을 내도록 유도한다. 나와 너, 모두의 부모를, 세세생생의 부모를 경배한다. 출가자나 재가자나 천인이나, 부모에게 효도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 경은 그래서 특별하다.
  

 

『부모은중경』은 범어 원전이 발견되지 않았고 역자에 대한 기록도 없어, 대체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라 본다. 하지만 순전히 위경이라고 말하기에는 주저함이 있다.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제28권〈청법품聽法品〉에는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라지신 후, 도리천에 계신 어머니 마야부인에게 설법하고서 석 달 후에 다시 세상에 돌아 오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인도에서도 이 경의 근간이 될 만한 개념이 일찍부터 정립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중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재창조되어 나타난 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통일신라 말기인 9C경에 유입되어 고려 초기에 일반에 유포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현존하는 경전은 고려 중기부터 조선 말기까지 조성된 것으로, 사경 몇 점과 77종의 판본이 있다. 이 가운데 일본 호사쿠지寶積寺에서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자불설대보부모은중경紺紙金字佛說大報父母恩重經』사경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본다(1257년). 국내에서 최고最古의 것은 기림사 비로자나불의 복장에서 나온 『불설부모은중경』으로, 충렬왕 26년(1300년)에 목판본으로 찍어낸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남아있는 형식의『불설대보부모은중경』은 고려 말기에 출현한다. 이전에 유통되던 세 권 본을 한 권 본으로 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풀어주는 변상도를 추가한,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판본이다. 조선시대에는 초기부터 『삼강행실도』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이 간행되었다. 한문본과 더불어 변상도가 삽입된 본도 있었고, 한글 언해본만도 무려 33종이나 간행되었다. 특히,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를 위하여 간행하였다는 용주사본(1796년)은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필치의 아름다운 변상도로 유명하다. 혹자는 김홍도의 그림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도화서 화원이 그린 것이라고도 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같은 유물들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부모은중경』은 아주 대중적으로 각광받고 사랑받았던 경전이었음이 틀림없다. 실제로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경전으로 교육용이나 독송용으로 많이 판각된 법화경이나 금강경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부모은중경』이 현존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인도에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틀이 있다. 인생을 네 단계〔4 Asramas〕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부과하는 삶의 내용이 다르다. 그 중 마지막이 산야사Sannyasa이다. 한 사람이 세 단계를 통과하면서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나면, 홀연히 세상을 떠나, 육체적·물질적·세속적인 욕구를 버리고, 니르바나Nirvana를 향한 정신적인 수행을 하는 사람〔Sanyasi〕이 되는 것이다. 인도인은 산야시가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산야시나 비구나 별반 다른 개념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충돌 없이 출가자의 삶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와는 달랐다.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기본적인 이념이 유교였던 것이다. 유교는 인간관계 속에서 지켜져야 할 윤리나 도덕을 기초로 한다. 그 기본이 오륜五倫이고, 부자유친父子有親이 그 하나이다. 부자는 친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아버지는 사랑하고 자식은 효도해야 하는 것〔父慈子孝〕이라 한다. 이러한 상식을 가진 사회에서, 부모와 형제를 떠나 출가자의 생활을 해야 하는 승려의 삶이란 애초에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택한 방편이 전통적인 통념을 불교 속으로 확실하게 영입시켜 하나의 경經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사회의 지배적 사상으로 자리매김 하였던 불교를 충과 효를 기저基底로 하는 유교로 대체해 나가면서, 효를 강조하는 『부모은중경』은 아주 효과적인 이념 확산의 도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실례로 유교가 들어와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하는 고려 중기 이후부터 다양한 『부모은중경』이 간행되었고, 특히 일반 대중을 위한 언해본과 한글본의 유행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런 현상은 물론 불교에서도 유교의 기본 이념을 자신의 테두리 속으로 받아들여 스스로를 변화시켜 생존하고자 하였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불셜대보부모은듕경』이다. 필사본인데 필체가 마치 판각한 언해본처럼 또박또박 단정하여, 글쓴이의 경건하고 정성스런 마음가짐이 보이는 듯하다. 경을 한 번 만든 사람은 그 인연으로 여러 부처님들이 언제나 지켜주시며, 그의 부모님은 하늘에 태어나 온갖 즐거움을 누리고 영원히 지옥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다 하였으니, 어찌 한 치의 소홀함이 있을 것인가! 임술년 팔월에 무술생 범시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한글만을 사용한 것으로, 한문은 없이 음만 한글로 옮기고 풀이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한글만을 사용한 판본이 등장하는데, 이들 가운데 하나를 옮겨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책은 총 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은 다른 경들처럼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라고 시작한다. 그 후 부처님께서 거리에 있는 뼈 무더기에 절하시면서, 나와 남의 전생의 부모일 것이라 경배한다 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다음으로 자식을 잉태하여 낳고 기르기까지의 은혜를 10가지로 설명한다. 이는 아이를 가졌을 때 수호해 주시고, 해산할 때 고통을 받으시고, 자식을 낳은 후에 근심을 잊으시고,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먹여 주시며, 마른자리는 아이에게 스스로는 젖은 자리로 나가시며, 젖을 먹여 길러 주시고, 부정한 것을 깨끗이 씻어 주시며, 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염려하고 생각하시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나쁜 일이라도 감수하시며, 끝없이 자식을 사랑하시는 은혜이다. 한 순간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고 희생하시는 부모님의 평생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후에 불효하는 여러 가지 실례를 설명하며,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8가지 비유를 들어 강조한다. 이 부분이 무척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가령 한 사람이 부모님을 양 어깨에 업고 살이 어스러지도록 수미산을 백 천 번 돌더라도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 없다고 한다. 부모님의 열 가지 은혜와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비유하여 설명하는 부분을 읽을라치면, 아무리 도덕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세상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슴 속으로 물 한 줄기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다음으로 불효하여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서 고통 받는 상태를 설명한다. 그 뒤에 보은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부모님을 위하여 『부모은중경』을 쓰고, 독송하며, 죄와 허물을 참회하고, 삼보를 공경하고, 계戒를 지키고, 보시하여 공덕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에는 여러 무리 가운데 있었던 팔부중 등 수호신들이 부처님 말씀을 받들어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다음 이 경의 이름이 나오고, 다라니로 마무리되어 있다. 
   이 책의 끝에는, 내 부모님과 조상님의 극락왕생과 더불어 모든 중생들이 함께 극락에 태어나길 발원한다고 적혀 있다. 『부모은중경』에 담겨있는 나와 남을 따로 분별하지 않고, 세상 모든 부모를 공경하고 보은하여야 한다는 대승적 사고를 깨닫게 한다. 『부모은중경』은 대중과 부처님의 제자들, 팔부중 등 수호신까지 모두 자식으로서 효도를 실천할 때만 참다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 수 있다고 하여,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표현하였는데, 이 또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눈부신 오월, 『부모은중경』을 한 번쯤은 독경하고 쓰면서, 우리 모두의 부모님을 생각하고, 높고 낮음 없이 모두가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도 아니면, 직지사의 일주문 공포에 적혀 있는 부모님의 은혜 열 가지를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윤정숙(직지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