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해 달 무늬 가사장식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3-12    조회 : 3910
이번 [이달의 문화재]에서는 <자수 해달 무늬 가사장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박물관에는 가사袈裟에 부착했던 자수 가사장식이 2점 있다. ‘가사’란 불교 출가인의 의복을 말한다. 인도에서는 ‘가사’가 본래부터 의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사’는 산스크리트어로 ‘가사야袈裟野’ 또는 ‘가라사예迦邏沙曳’라 하는데, ‘선명하지 않다’, ‘곱지 않다’의 뜻으로 해석되고, 괴색壞色, 부정색不正色, 적색赤色, 염색染色 등으로 번역된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가사야의 원래 개념이 아닌 ‘의복 위에 걸치는 출가인의 의식복儀式服’의 의미로 음역音譯하여 가사라 하였고, 우리나라는 이 개념을 받아들여 쓰게 된 것이다.
가사는 용도, 공덕, 소재, 색, 구성에 따라 분류하여 그 이름을 달리 부른다. 소재에 따른 분류 가운데 수놓은 가사를 수繡가사라고 하며, 여기에 사용하는 무늬는 화불化佛, 보살菩薩, 경전經典, 존자尊者, 해, 달 등이 있다. 수놓은 가사를 보면 앞서 말한 여러 무늬들은 가사 곳곳에 보이지만 해와 달은 가사의 중간 부분쯤에서만 보인다. 많은 무늬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해와 달을 가운데에 수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언제부터 가사에 해달 무늬 장식을 사용하였는지, 무늬로 사용한 해와 달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해달 무늬를 언제부터 가사에 사용하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오래된 예로는 전남 순천 선암사에 있는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1055~1101)의 가사에 있는 해달 무늬 장식 자수를 볼 수 있다. 가사 뒷면의 묵서명墨書銘에는 “고려 13대 선종이 대각국사 의천에게 가사를 사여한다. 북송 원우 2년 정묘.”(高麗宣宗大王賜于大覺國師 北宋元祐二年丁卯)라는 기록이 있다. 이에 따라 이 기록이 1087년, 곧 11C 후반에 이루어진 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묵서명의 ‘선종’이라는 묘호廟號는 말 그대로 임금이 죽은 후에 생전의 공덕을 기리어 붙인 이름이기 때문에 가사 뒷면의 묵서명은 1087년 이후에 기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각국사 가사와 묵서만으로도 11C에는 이미 해와 달 무늬를 가사에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와 달은 각각 양陽과 음陰을 상징하며 천자天子의 의미를 지닌다. 자수 무늬로 표현한 해달은 원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으로 해는 붉은색으로, 달은 흰색으로 나타낸다. 중국 한漢나라 이후 해와 달을 원으로 표현하고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해 가운데에는 삼족오를, 달 가운데에는 토끼나 두꺼비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중국 한대漢代 기록인 『회남자淮南子』에서 ‘해 안에 까마귀가 있다(日中有踜烏)’란 기록과 함께 그 주註에 ‘능踜은 발이고 즉, 삼족오이다.’(踜趾也, 三足烏也)라고 하는 것을 보면 능오踜烏는 삼족오이며, 해를 상징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본초本草』토兎항에 “명월明月의 정精”이라는 기록과『예기禮記』곡례曲禮 편에서 “달의 정은 명시明視이고 그 상像 은 토끼이다” 라는 기록을 보면 달과 토끼는 음陰을 의미하여 달을 표현할 때에 토끼도 같이 나타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와 달 무늬가 나오는 오랜 예는 고구려 고분벽화이다. 삼족오를 그린 해무늬는 쌍영총, 무용총, 각저총 등에서 볼 수 있으며, 토끼와 함께 나타난 달무늬는 개마총에서 보인다. 이처럼 기록과 벽화그림으로 보면 해달 무늬의 연원은 꽤 오래다.
무늬로 사용하는 해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겹고리무늬로만 나타내는 형태 둘째, 원 안에 삼족오를 넣는 형태, 셋째, 만자문卍字紋, 파문波紋으로 나타내는 형태이다. 달의 형태는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원 안에 토끼를 그려 넣은 형태. 둘째, 원 안에 두꺼비를 두는 형태. 셋째, 토끼와 두꺼비를 같이 표현하는 형태. 넷째는 만월이나 초승달로 나타내는 형태이다.
  

우리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자수 해달 무늬 가사장식>은 현재 가사에 부착되어 있지 않고 장식만이 떼어져 있는 상태이다. 해무늬 가사장식은 크기가 가로 4.5cm, 세로 7.8cm 로 장방형長方形이고 검은색 천 위에 수를 놓았다. 해는 도안화된 구름무늬 위에 수놓여 있고 붉은 원 안에 흰새가 있다. 그 아래에는 연꽃과 단순하게 나타낸 바위를 두었다. 대각국사 의천의 <해무늬 가사장식>과 화면 구성이 같은 점으로 보아 의복에 사용한 해무늬 자수의 도안은 고려시대 때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려시대의 해무늬 가사장식 도안은 장방형 수판에 해, 삼족오, 구름, 연꽃, 바위 등을 수놓은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이러한 도안은 많이 생략되어 원형圓形의 수판에 해와 새로만 표현하며 경우에 따라 새 다리를 둘로만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 박물관 해무늬 가사장식은 장방형 수판에 구름, 연꽃, 바위로 화면을 구성하고 해 안에는 다리가 둘인 새로 표현하였다. 즉, 고려시대 도안의 특징과 조선시대의 특징이 한 화면 안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각 시대의 특징이 섞여있는 것은 기존의 양식이 다른 양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주로 보이는데, 해무늬 가사장식도 이러한 과도기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을 바탕으로 상한연대를 추정해 보면 조선시대 중기까지 올려 볼 수 있다.
이처럼 삼족오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지만 해 안에 새를 두는 양식은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의미는 예나 이제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수는 수놓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기법이 있는데 우리 박물관에 있는 자수는 이음수와 평수가 많이 쓰였다. 이음수는 자수에서 선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기법으로 줄의 겹침에 따라 한 줄 세우기, 두 줄 세우기, 세 줄 세우기로 나뉜다. 평수는 면을 메울 때 사용하는 기법인데, 실 사이의 간격 없이 고루 펴놓는 방법으로 수놓는 방향에 따라 수직, 수평, 사선 평수가 있다.
해무늬 가사장식에 쓰인 실은 명주를 꼬아서 만든 것으로 주로 붉은색, 검은색, 주황색, 자주색, 녹색, 남색을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색이 많이 바래 있다.
가사장식 둘레는 주황색 꼰사를 사용하여 두 줄 세우기 이음수 로 선을 둘렀고 해의 테두리 역시 두 줄 세우기 이음수로, 바탕은 붉은색 실을 사용하여 사선 평수로 메웠다.
해 안에는 흰 새와 바위, 식물이 있는데 역시 평수와 이음수를 사용하여 수놓았다. 새의 부리와 눈, 다리는 남색을, 몸은 미색 실을 사용하였다. 바위는 남색과 미색을 사용하였고 식물의 봉오리는 녹색으로, 줄기는 미색을 사용하였는데, 바위와 식물의 형태를 단순하게 표현하였다. 해 바깥쪽은 장방형 구름으로 장식하였고 구름은 두 가지 이상의 실을 사용하였다. 구름의 테두리는 이음수로, 안쪽은 사선 평수로 수놓았다. 해 아래쪽에는 연꽃과 그 양옆으로 바위를 두었다. 이것도 해, 구름과 같이 테두리는 이음수로, 안쪽은 평수기법을 사용하였다.
달무늬 자수를 보면 원 안에 절구질하는 토끼 한 마리가 있다. 이 유물은 가로 4.5cm, 세로 7.6cm로 해무늬 자수와 크기는 비슷하다. 달은 해와 마찬가지로 도식화한 구름 위에 수놓여 있고 그 아래는 연꽃과 바위를 두었다.
 달무늬 자수도 해무늬와 같이 장방형에 외곽선은 이음수로 두 줄 세우기 하였고 안쪽은 달과 구름, 연꽃 바위를 수놓았다. 해무늬와 다른 점은 달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볼 수 있다. 해무늬는 원 안을 사선 평수로만 나타내었지만 달은 원 안의 아래쪽 ⅓까지는 수평 평수기법을 사용하여 땅을 나타내었고, 나머지 ⅔는 수직 평수기법으로 면을 메워 원 안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달 안에는 방아 찧는 토끼를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는데 이 또한 평수기법을 사용하여 수놓았다.
해와 달 무늬를 가사에 사용한 연유와 가사 중간 부분쯤에 수놓은 까닭은 불교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석가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본생경本生經』을 보면 삼족오는 사랑을 나타내며 일광보살을 의미하고 토끼는 헌신과 월광보살을 뜻한다. 일광과 월광은 약사여래의 협시보살로 현실적인 고통을 제거해주고 안락하게 해주는 보살이다. 즉, 삼족오와 토끼는 불교에서 고통 제거, 안락한 삶을 의미한다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징성을 가진 해달 무늬를 가사 중간에 둔 것은, 현세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에서 그러하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조상준(직지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