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간찰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12-01    조회 : 4023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熹(1786-1856)가 시,서,금석,경학에 두루 밝고 뛰어났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불교에 심취하였고, 따라서 불교에도 조예가 매우 깊었음은 물론 많은 스님들과 두터운 교류가 있었음은 생각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추사의 이 간찰 두 점은 김정희의 그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첫 번째 간찰의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중간에 일부 내용이 결락된 것을 수리하여 다시 이어 붙였는데, 어느정도의 내용이 상실되었는지 확실치 않다. 때문에 현재의 내용만으로는 문맥이 완전히 통하지 않는다. 피봉도 절반쯤만 남아 수신인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인데, 그조차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낱낱 글자마다 절단되어 없어진 필획을 훗날 누군가에 가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피봉에는 ‘영하 선사 펼침[映河禪披]’이라고 적혀 있어, 수신인이 영하 스님임을 알 수 있다. 영하 스님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오히려 이런 점이 추사선생과 스님네들의 교류가 폭넓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현재의 상태로 내용을 파악해 보면 아래와 같다.

들꽃 피고 새 울어 온통 봄빛이라 사람으로 하여금 얼키설키 끝도 없이 몽상케 하는구려. 스님의 글월을 보니…… 관음탱은 금명간 장황이 마무리될 듯하니 오직 (정병과 석장을 지닌) 스님이 한번 와서 가져가길 기다릴 따름이오. 『화엄론』은 받았소. 매우 고맙소. 나머지는 짐짓 갖추지 못하오.
                                                                                               3월 6일 과천 사람 부침

    野花啼鳥  一般春意 令人夢想纒綿. 卽見梵椷 從悉番風禪
    ..........慰浣.......觀音幀 似於今明粧完 惟俟甁錫之一來取去耳.
    嚴論 領到. 甚荷. 餘姑不識.
                                               三月六日 果緘

짤막한 글이지만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가 어지간히 허물없는 관계임이 표현이나 문투, 행간에 배어 있다. 말미에 ‘果緘’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글은 추사 만년에 해당하는 과천시절(1852-1856)의 어느 날 씌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추사가 북청의 유배지에서 해배解配된 것이 1852년 8월이므로 1853년부터 1856년 사이의 3월 어느 날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간찰은 피봉과 내용이 거의 온전한 편이다. 다만 서간의 한가운데가 결락되어 그 부분을 수리한 흔적이 보이는데, 어느 정도 내용이 결실되었는지 분명치 않으며, ‘此’자와 ‘觀幀’자의 위치가 원위치인지도 알 수 없다. 피봉의 상단에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暎河 答’이라 적혀 있고, 하단에는 ‘秋史’라는 주문방인朱文方印의 도장이 찍혀 있다. 수신인 영하 스님은 앞서 살펴본 간찰에서는 ‘映河’로, 여기에서는 ‘暎河’로 표기되어 있지만, 두 편지의 내용으로 미루어 동일인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주문방인의 도장은 후락後落이 아닌가 짐작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기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 날마다 답답했는데 서찰을 보니 역시 위안이 되는구려.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산중에는…이…관음탱은 이미 장황이 끝났으니 당연히 오면 전해주기를 기다릴 따름이오. (인편이 돌아가) 편지를 받는대로 즉시 와야 할거요. 갖추지 않소.
30일 과천 사람 부침

    待來不來 日以懸懸 卽見書亦慰. 未知山中…此…觀幀已粧
    完 當待來交付耳. 須則返卽來也. 不識.
                                               卅日 果緘

내용으로 보면 앞의 간찰을 부친 뒤 영하 스님에게서 답장이 한 차례 온 듯하고, 이 서찰은 그에 대한 답신으로 씌여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서간을 작성한 날짜 30일은 아마도 3월 30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편지 역시 문투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영하 스님과 김정희가 막역한 사이였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 하겠다.


흥선(직지성보박물관 관장)


사진1) 김정희 부작도, 사진2) 추사간찰1, 사진3) 추사간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