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북장사 목조경장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04-05    조회 : 3828
불교에서는 불(佛),법(法),승(僧)을 일컬어 세가지의 보배 즉 삼보(三寶)라 하여 숭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처님이 가르친 진리인 법보(法寶)는 경전에 수록되어 전해지게 되므로 경전을 판각하거나 모시는 일에 정성을 다하게 된다. 법보에 대한 이러한 신앙은 예천 용문사에 남아있는 윤장대와 같이 특별한 신앙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윤장대는 경전을 넣고 화려하게 장식한 경장 아래에 기둥을 설치해 마루바닥과 연결시키고, 경장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서 염송을 하도록 한 것이다. 윤장은 중국 양나라때부터 기원했다고 하며 글자를 알지 못하거나 불경을 가까이 할 시간이 없는 중생을 위해 만든 것으로, 신심이 있는 자가 한번 돌리면 간독의 공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윤장대와 같은 경우는 매우 특별한 예이며, 보통의 경우에는 수미단의 부처님 좌우로 경전을 넣은 경함을 모시게 된다. 혹은 좀더 특별히는 경장을 따로 만들어 수미단 앞에  모시기도 하였다.
  
북장사에서 전해온 경장은 좌우로 두 점이 한쌍을 이루고 있다. 부처님의 대좌와 같은 구조로 상․중․하대를 갖춘 받침대 위에 경전을 넣을 수 있는 사각형의 몸체를 올리고 정면에 여닫이 문을 달았으며 몸체 위에는 가마처럼 가름대를 돌린후 돔형의 지붕을 올리고 꼭대기에는 연봉우리 장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받침대에는 대좌에서처럼 난간을 돌렸던 흔적이 남아 있으나 현재 난간은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경장의 구조로 보아 단순히 책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당시 민가에서 쓰이는 책장이나 책궤들을 보면 쾌적한 비례미를 갖춘 단순한 외형에, 눕혀서 책을 보관할 수 있게 가로로 칸을 지른 내부구조를 갖춘 것들이다. 이에 반해 사찰에서 쓰이는 경장은 법사리인 경전을 모시면서 부처님과 같이 숭배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쓰임에 따라 경장 외부를 화려한 단청을 베푼 여러 가지 무늬들로 장엄하게 된다. 이 경장이 있던 북장사에는 숙종 30년(1704년)에 화장전(華藏殿) 3칸을 건립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이 시기는 화엄경을 중시하던 시기로, 현재 <<화엄경 소초>> 42권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경장이 혹 화엄경 80권을 넣어서 화장전에 봉안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게 된다.
  
경장은 두 점이 크기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지만 한 점은 몸체의 정면 문짝에 모란무늬를, 다른 한 점은 연꽃무늬를 조각하였으며, 받침대 하대의 상다리모양과 중대의 투각문양이 서로 달라 두 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모란무늬 경장의 문짝에는 매우 탐스런 붉은 모란이 한 송이 활짝 피어 있고 이 꽃을 중심으로 모란 잎들과 모란 꽃봉우리가 가득히 수반에 꽂혀있다. 이 꽃밭 안에는 빨간 머리에 흰 깃털의 작은 새 세 마리가 각기 꽃 가지 하나씩에 앉아 서로 쳐다보고 있다. 대좌에는 안상 두개를 파고 사자를 한 마리씩 투각하였다. 좌우에서 중앙을 향해 마주보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는 그 자세가 조금씩 다르지만 붉은 색과 푸른 색의 구름을 딛고 서서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자들은 다른 대좌들이나 수미단에서 보이듯이 여의주를 물고 있거나 쫒고 있지 않고, 여의주에서 뻗어나오는 서기를 입에 물고 있으며 이 붉은 색의 서기를 내뿜는 여의주는 마치 강아지 입에 물린 장난감 같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어 생동감이 떨어지고 있다.
몸체에 연꽃문을 새긴 연꽃문경장은 받침대의 안상 내부에는 붉은 색의 탐스런 모란문을 새긴 대신 몸체의 정면 문짝에는 수반을 사이에 두고 자세를 달리한 두 마리 학을 좌우로 배치하여 사자를 받침대에 배치한 모란문경장과 균형있는 대칭을 이루고 있다. 왼쪽의 학은 곧 날아오르려는 듯 날개를 활짝 펴고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오른쪽의 학은 어깨와 목을 잔뜩 움츠리고 앞을 바라보는 채로 가슴을 볼록하게 부풀리고 있다. 이 두 마리 학에 비하면 수반과 연꽃은 얼마나 거대한가. 연잎무늬로 띠를 두른 화병은 중앙에 흰색의 연당초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붉은 색과 흰색의 거대한 연꽃과 연봉오리가 가득 꽂혀 있다. 이 장엄한 꽃꽂이에는 붉은 갈대들과 하얗고 작은 마름꽃들도 들러리를 서고 있어 매우 풍성하면서도 안정되어 보인다. 또한 경장문에 새겨진 풍성한 꽃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장엄하기 위한 꽃공양물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장에 나타나는 무늬들은 연꽃무늬와 사자무늬를 제외하면 모란꽃,새,학 등 일반민가에서 쓰이는 문양이다. 조선후기는 민간문양들이 불교장엄에 널리 쓰이게 되면서 민간문양과 불교전통문양간의 구분점이 모호하게 되는 시기인데 이러한 경향이 이 경장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경장은 조선후기 목공예가 가졌던 소박하면서도 친근하고 편안한 소재와 화려하면서도 거부감 없는 색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경장들은 원래 문짝을 여닫을 수 있도록 문고리와 자물쇠가 달려 있었던 흔적이 있으나 지금은 결실되어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모서리 부분에 대어 서로 다른 목재를 튼튼히 연결시켜주는 귀잡이와 감잡이,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달아놓은 경첩 등 여러 가지 장석들은 남아있는데 모두 단순한 형태이다.
  


남진아(직지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