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철제은입사향로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10-01    조회 : 4930
좋은 내음[香]은 몸의 나쁜 냄새를 없애주고 혼탁한 정신과 마음을 맑게 한다. 향은 방향(芳香)이란 미덕 위에 정화와 청정이란 종교적 의미가 더해져 일찍부터 동서양의 종교 의례에 사용되었다. 향의 사용법은 물에 향가루를 섞어 뿌려 쓰거나 향을 태워 그 연기가 주위에 스며들게 한다. 여기서 두 번째 방식을 소향(燒香)이라 하며 향을 사르기 위한 그릇으로 향로(香爐)가 쓰인다. 향로는 중국에 불교가 유입되기 이전 주대(周代)말기부터 사용되었고 이때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천상과 지상, 조상과 후손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후 중국에 불교가 정착되면서 불보살에게 향을 공양하기 위한 불교용 향로가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유입될 때 향과 향로도 자연스럽게 전해졌다고 보고 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향로로는 병향로(甁香爐)와 박산향로(博山香爐)가 드물게 전하며 벽화나 석조물에 남겨진 향로를 통해 당시 쓰임새를 짐작하기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나팔모양의 받침대에 넓은 테두리가 둘러진 그릇이 올려진 고배형(高杯形) 향로가 크게 유행하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고배형 향로가 주류를 이루며 세 발 달린 솥 모양의 정형(鼎形), 동물형, 원통형, 장방형 등의 향로가 제작되어 각종 제례와 불교의식에 사용되었다.  
직지성보박물관에서 소장한 세 점의 향로는 조선시대 향로로 모두 세 발 달린 솥 모양을 하고 있다. 철제로 된 몸체는 밑이 둥글고 구연부 양쪽에 10cm 높이의 손잡이가 솟아 있다. 표면은 검은 빛이 감돌고 은입사(銀入絲)로 다양한 무늬를 새겨넣었다. 황동으로 만든 다리는 사자얼굴에 동물다리를 결합한 모습인데 그 기세가 자못 힘있고 당차다. 향로 내부를 보면, 몸체 중간과 다리부분에 접합한 흔적과 이음새 못이 남아있다. 즉, 손잡이가 있는 위 부분과 둥근 아래 부분, 그리고 세 개의 다리를 각기 만들어 하나의 향로를 완성하였다. 표면의 무늬들은 선상감(線象嵌)과 판상감(板象嵌) 등의 은입사기법을 동원해 손잡이와 구연부에는 화려한 연화당초문을, 손잡이와 구연부가 연결되는 부분은 패턴화된 파도무늬를, 구연부 아래에는 여의주를 쫓아 구름 속을 노니는 용을 새겼고, 몸체 어깨부분에는 구름무늬를 연결해 돌리고 중간은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 수복(壽福)자, 팔괘 등을 번갈아 배치하였다. 우아한 기형과 섬세한 무늬 베품, 한눈에 보아도 만든 이의 솜씨와 향로에 깃든 정성을 짐작할 수는 좋은 작품이다.    
  
        
이 세 점의 향로는 원래 직지사 법당인 대웅전에 놓였던 예배용 향로이다. 일반적으로 불단 위에 놓이는 공양구는 향로 하나를 중심으로 촛대 둘, 화병 둘을 양쪽에 나누어 배치한다. 공양구 중 으뜸은 역시 향로이다. 직지사 대웅전은 석가여래좌상, 약사여래좌상, 아미타여래좌상 등을 모신 전각으로 이 세 분의 부처님을 위해 절에서는 향로 세 개를 제작해 각 부처님께 향 공양을 바쳤다. 향로 다리 사이에는 능화무늬가 세 개가 있는데 그 안에는 '乾隆十五年庚午五月日造成', '黃岳山直指寺大功德主時僧統嘉善釋泰鑑', '淨煙薰慈席法火昭昏席'이란 연화질과 게송을 은입사로 새겨 넣었다.
  
이 향로들은 모두 영조 26년(1750)에 태감(泰鑑)스님이 의뢰해서 만든 것이다. 태감스님과 직지사 대웅전은 여러모로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영조 11년(1735)에는 종익(宗益), 사우(思佑), 세민(世旻) 스님들과 함께 대웅전을 중창하였고 영조 21년(1745)에는 대웅전 후불벽에 높이 6m에 이르는 대형 불화 세 폭을 봉안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5년 후, 마치 대웅전에 대한 자신의 불사를 마무리라도 하듯 철제은입사향로 세 점을 정성스레 마련해 불단 위에 올렸다. 향로에 새긴 '맑은 연기 자비의 자리에 퍼지고 진리의 불빛 어둠을 밝히네[淨煙薰慈席 法火昭昏席]'란 게송의 문구처럼 태감스님은 향로에서 피어오른 법연(法煙)과 법향(法香)이 법당을 넘어 온 세상에 두루 퍼지길 기원했을 것이다.

이용윤(직지성보박물관 학예연구원)


주향(呪香)

향 연기 널리 퍼져 온 세상을 덮고 香煙遍履三千界
정혜로 능히 팔만 법문을 여니     定慧能開八萬門
오직 삼보의 대자비를 원하오니    唯願三寶大慈悲
신향으로 이를 열어 법회에 임하네 開此信香臨法會

《석문의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