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집 : 불전 속에 세워진 또 하나의 궁전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13-11-21    조회 : 2578
   불전 내부에 들어가면 불좌 위에 작은 집의 모형이 있는데, 이것을 보통 닫집이라 부른다. ‘닫’이란 ‘따로’라는 옛말이니, 닫집이란 집안에 ‘따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이라는 뜻이다. 한자어로는 당가唐家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닫집의 일반적인 형태는 섬세하게 짜여진 공포와 화려한 장식, 그리고 허공에 매달린 기둥을 특징으로 한다. 얼른 보아도 화려한 궁전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닫집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설치 목적은 무엇인가?

  『아미타경阿彌陀經』에서 극락정토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을 통해 닫집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극락세계에는 일곱 겹의 난순欄楯과 티아라나무 기둥이 있고, 방울과 금ㆍ은ㆍ유리ㆍ수정의 네 가지 보물로 장식되어 있다. 또한 하늘에서 음악이 들리고 대지는 아름다운 황금색이며, 주야로 세 번씩 천상의 꽃이 떨어진다. 백조ㆍ앵무ㆍ공작 등이 노래를 부르며, 이는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노래로, 이 노래를 듣는 자들은 모두 불佛ㆍ법法ㆍ승僧 삼보三寶를 생각한다. 이 새들은 모두 아미타불에 의해 화작化作된 것이다.


  일곱 겹의 난간과 티아라나무 기둥이 있다고 한 부분은 전당殿堂의 형태를 묘사한 것이다. 또 불화에서도 불국정토의 전당이나 궁전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대구 동화사 염불암의 <아미타극락회상도>와 서산 개심사 <관경변상도> 등의 불화를 보면, 벽체가 없이 난간으로 둘러쳐져 있는 정자 형태가 있다. 이 전각의 둥글고 붉은 기둥과 기와로 이은 팔작지붕의 형태가 닫집과 흡사하다.

  한편 논산 쌍계사 대웅전의 닫집을 보면 수미단에 앉아 있는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ㆍ약사여래 위로 각각 보궁형 닫집이 있고, 그 닫집의 처마 부분에 ‘적멸궁寂滅宮’, ‘칠보궁七寶宮’, ‘만월궁滿月宮’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적멸궁은 적멸위락 寂滅爲樂의 열반에 든 석가모니불이 계시는 궁전이고, 칠보궁은 아미타불이 주재하는 서방극락정토의 궁전을 의미하며, 만월궁은 약사여래가 주재하는 동방정유리국의 궁전을 가리킨다. 이들 편액을 통해 닫집이 불국정토의 궁전을 상징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유적을 놓고 볼 때 닫집은 운궁형雲宮形, 보궁형寶宮形, 보개형寶蓋形 세 가지 형태로 나뉘어진다. 운궁형은 포작包作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간결한 구조이지만 불상 위 천장에 구름무늬와 용, 봉황 등 길상 상징물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를 강진 무위사 극락전과 봉정사 대웅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닫집에는 용과 극락조(봉황)를 비롯하여 연꽃, 비천 등을 장식함으로써 화려함과 장엄의 극치를 이룬다. 쌍계사 대웅전 닫집의 주변 공간에는 극락조가 날고 있으며, 매달린 기둥 끝에는 천상의 연꽃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완주 송광사와 화암사 대웅전, 화성 용주사 대웅전에는 비천상이 닫집 주위를 날고 있어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눈앞에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닫집을 천개天蓋라고도 하는데, 하늘 덮개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닫집의 지붕은 그 자체의 아무런 무게도 없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 기둥은 있으나 떠받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촉수觸手나 걸려 있는 뿌리처럼 아래로 내려뻗어 있을 따름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닫집에는 기둥이 있으나 무게를 떠받치는 것처럼 보이는 요소가 전혀 없다. 장식도 없고 주춧돌도 없다. 기둥머리의 형상 역시 받침의 기능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닫집 기둥의 건축 개념은 최고의 원형原形으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일련의 위계적인 이미지에 해당된다.

  어떤 조형물에 성스러운 영감을 불어넣기 위하여 동원되는 보편적인 방법은 그 위치를 높여 하늘 가까이하고, 황홀하고 섬세하게 장식하는 것이다. 다포계의 섬세한 포작 기술을 총동원하고 용, 극락조, 연꽃 등의 화려한 장식을 한 천개로서의 닫집은 신성하고 숭고한 천상세계인 불국정토의 개념에 실재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닫집을 통해 불국정토의 본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생사 유전流轉이 끊임없는 미혹한 세계의 부정을 은폐하고자 한 것이다.



* 이 글은 허균,『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돌베개, 2000)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