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태李應泰 부인의 편지- 한국한글서예연구회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10-06    조회 : 4881
이응태李應泰 부인의 편지 
 
  

  이 편지는 조선왕조 제15대 왕인 선조宣祖 19년(1586)에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택지를 조성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다가 어려운 일에 부딪쳤다. ‘오랜 세월 말없이 묵어온 무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 분묘墳墓를 이장移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작업에서 엄청난, 뜻하지 않은 보물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고성固城 이씨李氏의 15대조 이명정李命貞의 아내인 이선문씨一善文氏가 미이라 상태로 모습을 보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업이 있은 후 20여 일이 지나고 그의 손자인 이응태의 무덤도 옮기게 되었다. 그 무덤에서는 염습殮襲할 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당시의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목관木棺 안이 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속에 부장副葬된 물건 또한 상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당시의 복식服飾에 대한 연구 자료가 되는 것을 비롯해서 국사, 민속, 국어국문학, 그리고 서예사 등의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주목을 끄는 한 장의 편지였다. ‘병슐 뉴월 초하룬 날 지븨셔’라는 앞 줄 다음에 설흔 줄에 가까운 사연을 적은 것인데 그것은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사연이였다.
  이 편지의 ‘병슐丙戌’이란 선조 19년(1586)을 말하는 것이다. 남편인 이응태가 죽은 해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응태는 명종明宗 11년(1556)에 태어나서 선조 19년까지 31년을 살다가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무덤 속에 넣은 아내의 사연은 대략 다음과 같다.
  

당신 일찍이 제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희도록 함께 살다가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저를 두고 당신 먼저 가셨습니까.
저와 자식들은 누가 보살피며 어찌 살라하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셨습니까.
당신은 저에게, 저는 당신께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습니까.
항상 함께 잠자리에 누워서도 당신께 제가 말하기를,
'이 보소 남도 우리 같이 서로 가엽게 여기며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은 가요.' 하고
당신께 말했는데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지 아니하고 저를 버리고 먼저 가셨습니까.
당신과 사별하고 아무려나 저는 살 수가 없으니 어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저를 당신 곁으로 데려 가소.
당신 향한 마음 잊을 날이 없고 서러운 뜻은 끝이 없습니다.
이 내 마음 어디다 두고 자식들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 하며 어찌 살아야 할까요.
제 편지 보시고 내 꿈에라도 찾아 오시어 자세히 알려주소.
꿈에라도 당신 말씀 듣고자 이리 적으니 자세히 보시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제 뱃속에 있는 자식 낳거든 누구를 아버지라 하며 살아야 합니까.
어찌한들 이 세상 이 하늘 아래 내 마음 비할 데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다만 저 세상에 계실 뿐이니, 어찌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이 설움 끝이 없어 다 쓰지 못하니 이 편지 보시고 제 꿈에 꼭 오시어 자세히 일러주소.
저는 꿈에라도 당신을 보리라 믿고 있습니다. 몰래 오십시오.
할 말은 그지 없으나 이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