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의 특성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9-06    조회 : 5043
옹기의 특성

자연환원성

  옹기는 그릇 중에서도 천연에 가까운 용기이다. 인체에 무해ㆍ무독하며 조심스럽게 사용하면 수십 년 내지 수천 년 동안 활용 가치가 있는 그릇이다. 그러나 유약이 시유된 온전한 그릇으로 있을 때는 별문제가 없으나, 금이 가거나 파손ㆍ파괴되었을 경우에 자연으로의 토화현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습기 있는 땅 속에 묻히거나 토출상태에서는 풍화 작용에 의해 본래 모습을 잃고 원래의 자연 상태인 흙으로 돌아간다.
  전국 각지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양의 옹기를 굽고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파편들이 묻혀 있거나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이유가 바로 자연환원성인 토화 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옹기의 재료인 태토는 산지에서 직접 채취하여 사용하므로 파손된 조각들은 근본적으로 현지의 흙과 동화ㆍ환원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구나 유약의 재료로 쓰이는 약토와 재는 토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통기성
  옛날부터 옹기를 이야기할 때 “숨을 쉰다.”고 하였다.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지만, 약토와 재를 섞은 유약을 옹기 표면에 입혀 구우면 매끄러워지며 물이 새는 것도 막아준다. 옹기의 기본 재료가 되는 태토에는 근본적으로 작은 모래 알갱이가 수없이 함유되어 있고, 유약 또한 부엽토의 일종인 약토와 재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산화번조酸化燔造의 제작 기법을 감안한다면, 소성시 점토질과 모래 알갱이가 고열에 의해 이완되어 그릇 전체 표면에 미세한 숨구멍이 생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문양을 넣는 과정에서 이미 시유된 잿물을 손가락이나 나무 조각으로 긁어냄으로써 미적 표현은 물론 숨구멍을 터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발효 식품을 중심으로 음식 문화가 전개된 우리의 생활양식은 집집마다 장독대를 갖추고 있다. 장독대는 주로 간장ㆍ된장ㆍ고추장ㆍ젓갈 등 우리가 부식으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식품들을 저장ㆍ보관하는 곳이다. 이러한 식품들을 담은 장독은 시일이 지남에 따라 끈적끈적한 액질을 독 밖으로 내뿜고 있는데, 일조 시간이 긴 뜨거운 여름날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이를 자세히 관찰하여 보면 독의 내면에서 불순물이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회청색ㆍ다갈색ㆍ적갈색 등 좋은 옹기일수록 장의 빛깔도 맑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어머니ㆍ할머니들은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씩 장독대의 독들을 닦아줌으로써 독이 계속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부성
  진흙은 불에 구우면 구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경화성과 내화성이 있다. 찰흙으로 만들어진 날그릇을 가마굴에 넣고 섭씨 12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하면 다량의 탄소 알갱이들이 그릇 기벽에 부착되어 미세한 숨구멍을 만든다. 이 숨구멍에 의해 그릇에 담긴 음식물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음식물에 물리적인 부작용까지 끼치지는 않는다.
  연료로 사용되는 나무가 가마 속에서 연소될 때 생기는 탄소와 연기는 가마 안에 들어 있는 옹기들을 휘감아 싸고 감돌아 검댕이가 입혀지는데, 이것은 곧 옹기 그릇에 방부성 물질로 옷이 입혀졌음을 뜻한다. 또한 옹기 내ㆍ외벽에 시유되는 잿물은 식물성 재를 사용하는데, 잿물 속의 재의 기능도 검댕이와 동일한 작용을 한다고 보면 방부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음식물의 장기 저장을 위한 필요성도 있으나 다음 해 농사를 짓기 위한 종자 보관을 위해서라도 옹기는 가장 적합한 용기로서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견고성
  사람의 생활이 발전함에 따라 빗살무늬 토기에서 민무늬 토기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옹기의 근원이 되는 실용적 자연 유약을 시유한 견고한 도기가 출현한다. 내화성이 있는 찰흙으로 만든 그릇을 고온에서 굽게 되면 쇳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해진다. 이러한 견고한 도기는 이미 초기 철기시대부터 제작되어 오늘날에이어지고, 자기에 비유할 바는 못 되나 생활 도구로써 아무런 불편과 지장이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옹기들은 나름대로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그 특성과 기능이 다를 수 있다.

 경제성 
 옹기 가마는 뺄불통 가마ㆍ조대불통 가마ㆍ성찰 가마ㆍ칸 가마(뫼통 가마)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이들 모두 어떻게 하면 적은 연료러써 많은 양의 옹기를 구워 낼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제 용어인 수확체멸收穫體滅의 법칙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자기를 구울 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옹기의 경우는 빈번히 일어나는데, 잿물을 바른 기물과 기물 사이가 거의 맞닿을 정도라거나 하나의 항아리 속에 여러 개의 작은 항아리를 넣는 것이 그러하다. 가마를 신축할 때도 주위의 땔감 나무 분포도를 확인하고 태토의 질과 양을 알아 본 다음 차기 가마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제작비 절감 효과를 유도한다. 그리고 기물을 재운다던가 불을 지피는 사람을 불대장이라 부르는데, 불대장은 축적된 경험을 통해 재우는 기물의 수와 양과 불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제작비 절감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태토ㆍ유약 등은 자연으로부터 얻고, 땔감 나무 또한 비교적 싼값으로 잡목ㆍ폐목ㆍ나무뿌리ㆍ솔잎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옹기 제작 원가 절감에 커다란 기여를 한다.

 * 이 글은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회,『옹기전』(경인일보 출판국, 2001)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