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순례기6 (법천사ㆍ흥천사) - 고유섭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5-20    조회 : 3709

 法泉寺ㆍ興法寺
 

  원주는 강원도 중에서는 대읍大邑의 하나이다. 물이 좋고 들이 좋다. 그래서 그러한지 강원도 중에서는 신라시대 이후의 탑상塔像과 사적事蹟의 유명한 것이 많다. 법천사ㆍ흥법사 등은 그 유지遺址만 남게 되었으니 가장 대표적 사찰들이요 유래 깊은 고적들이다. 법천사에 있던 지광국사현묘탑智光國師玄妙塔 같은 것은 조선의 부도형식 중 특수한 형식이요 우수한 작품이다. 흥법사지에도 삼중묘탑三重妙塔이 있으나 읍에서 너무 떨어져 있다. 원주에서 발견된 철불ㆍ석탑 등 우수한 작품은 지금 모두 국립박물관 내에 옮겨져 있지만 원주읍 내에도 좋은 작품이 없지 않다. 지금 읍내 공원에 있는 탑상塔像이 그니 탑은 대개 파손되어 연락이 취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불상은 실로 좋은 작품들이 남아 있다. 비로ㆍ미타ㆍ석가 등 모두 결가부좌의 5척 내외 석조 상으로 신라시대 중기 이후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석조광배와 석조대좌이었다. 광배는 특히 불상의 배관背觀을 돕는 것으로 없지 못할 것일 뿐더러 시대의 형식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불상 연구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나 어찌된 셈인지 조선의 고불古佛에는 전부 상실되었다고 하여도 가할 만큼 그 수가 적다. 그러므로 필자는 다만 파편에 불과한 것이라도 유심히 호감을 갖고 보는 성벽性癖이 있는데 이곳의 광배는 겨우 하나만 남아 있으나 파손이 적고 화불化佛ㆍ수재水災 등 조심조심된 조각이나 무한히 사랑스러웠다.

  이 광배와 함께 대좌도 불상조각에 있어서는 무한히 변화가 많은 것이다. 불상감정에 있어 누구나 얼른 보는 것은 불상 본체뿐이요 대좌를 등한시하나 위작은 오히려 대좌에서 발노發露되는 수가 많다. 그만큼 일반은 등한시하나 실상 중요한 것은 대좌이다. 불상 본체는 원래 형식상 규범이 있어 판에 박은 듯이 공식적이나 광배와 대좌만은 시대의 상호相好과 작가의 환상이 자유로이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대좌만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석조대좌는 상하에 복판연화複瓣蓮花가 돌려있고 중간 간대석竿臺石에 안상眼象이 8면으로 새겨 있으며 그 속에는 사자獅子가 고육부조高肉浮彫로 양각되어 있는 것과 제천諸天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있다. 사자를 조각한 것은 보통 있으나 천부天部를 조각한 대좌는 매우 드문 것이다. 금강산 정양사正陽寺 팔각전八角殿의 본존대좌에서 그 같은 예를 본 기억이 있다. 불탑 기단에 또는 탑신에 제천을 조각한 것은 항용恒用 있으나 불좌에 이와 같은 조각이 있음은 그 유례가 드문 점에서 또 조각법이 우수한 점에서 노천에 내버려 두기는 아까운 물건이다. 공원산 속으로 우수한 석불상이 하나 굴러 떨어져 있지만 원주에 호고자好古者가 있거든 귀중한 유물인 만큼 보존법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고유섭,『고유섭전집 2』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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