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의 農婦 - 최순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8-05    조회 : 4384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는 혜원의 풍속도처럼 화려한 무드나 행락行樂을 그린 장면은 드물다. 따라서 기녀라든가 건달 같은 사람들이 주제로 되기보다는 서민사회의 생업을 다룬 장면이 많고 등장하는 여인들도 대개는 순박한 농부나 수수한 여염집 부녀들일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어느 여름날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던 젊은 촌부에게 앞가슴을 풀어헤친 한 나그네가 다가와서 물을 청하자 물이 담긴 두레박을 내어 주고는 외면하고 물 먹기를 기다리는 순박한 촌부의 내외하는 수수한 모습이다. 어딘가 모르게 있을 법한 시골 우물가의 담담한 정취를 잘 포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시대였지만 혜원의 풍속도에서 볼 수 있는 기녀들의 멋진 트레머리에 비하면 너무나 간소한 이 여인의 머리와 소박한 옷차림에 오히려 젊은 시골 아내로서의 착한 마음씨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이러한 풍속도의 제작은 그의 빛나는 작가 생활 속에서도 가장 이채로운 업적으로 남겨졌는데 그 수는 그다지 많지 않으나 회화 미술이 양반 또는 일부 지식인 사회에만 편재하던 당시의 사회상으로 미루어 본다면 매우 대담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바야흐로 성장해 나가려는 서민사회에 대한 하나의 리얼리즘의 싹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기 무던하고 착한 농가의 젊은 아내의 수수하게 고운 모습이 한국 미녀의 한 타입으로서 단원의 구수한 필치로 오늘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 그림뿐만 아니라 단원 풍속도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대개 구수한 해학과 순후淳厚한 인간살이의 숨김없는 자태에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 이 글은 최순우,『최순우전집 5』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