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탑 사리장치(조형미와 최고의 목판인쇄) - 최순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7-05    조회 : 4909
  천년 만년을 그대로 태안泰安했으면 좋았을 불국사 석가탑의 사리장치가 뜻 아니한 사고 때문에  불가피하게 우리 세대 앞에 그 신비스러운 베일을 벗었다. 2층 탑신석 사리공舍利孔 안에 안치되었던 이 사리장치는 둘레 18.5cm 내외, 높이 16.4cm의 금동제金銅製 소전각小殿閣 모양의 외함外函 속에 찬란한 8세기 중엽 신라 문화의 꿈을 안고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사리합舍利盒 안에는 3구의 사리함을 비롯해서 많은 보물이 가득히 담겨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미술작품으로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이 사리 외함이 지니는 뛰어난 조형 의장과 그 공예 기술이었으며, 학술자료로서 세상을 놀라게 해 준 것은 이 외함 속에 들어 있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권無垢淨光大陀羅尼經卷이다. 사리 외함은 각 면에 안상眼象 두 개씩을 투조透彫한 방형方形 기단 위에 보상당초문寶相唐草文을 투각透刻한 네 벽돌이 둘러 있고 그 위에 네모 지붕 형식의 뚜껑이 덮여진 전각형殿閣形의 금동함金銅函이었다. 특히 이 외함 4면 벽에 투각한 보상당초문은 매우 단정한 좌우대칭ㅇㅡㄹ 이루고 있으며, 쾌적한 각 부 비례의 아름다움과 함께 통일신라시대의 미술이 아니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정제된 양식과 질서 잡힌 제 1급의 조형미를 보이고 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목판 인쇄물로서 닥채[楮]로 된 한지에 인쇄됐으며, 너비 8cm 내외 1행 7자 또는 8자로 된 긴 권축卷軸이다.

  이 인쇄물의 지질紙質이 한지韓紙라는 것과 그리고 이 경문經文 속에 측천무후신자則天武后新字가 혼입된 점 등으로 보아 경덕왕대景德王代(8세기 중엽)의 유물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인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소식은 외신外信을 타고 세계에 알려졌으며,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로서 세계 인쇄문화사에 새로운 기원紀元을 남기게 되었다. 석가탑의 사리장치를 노리는 인간들의 준동에 의하여 그 조속한 발견의 계기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이 세계적인 지보至寶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쌌던 비단보자기를 처음 열었을 때 우리를 놀라게 해준 것은 이 불경佛經을 쏠아먹고 태평을 누리던 살찐 좀들이 우리보다 더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꼴이었다. 지존至尊한 불사리佛舍利 앞이라 우리는 감히 이 좀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어서 제 가는 대로 바라보는 도리밖엔 없었지만 좀치고는 엄청나게 귀하고 비싼 좀이었다.



* 이 글은 최순우,『최순우전집 5』에서 발췌했습니다.



  

<그림 1> 금동제사리외합과 금동방형사리합

  

<그림2> 은제사리합

  

<그림3> 무구정광대다라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