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머리의 미인 - 최순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6-20    조회 : 4818
   이조시대의 여인들이 얼마나 곱고 멋졌느냐 하는 것은 蕙園 같은 뛰어난 화가가 평생을 두고 그 시대 여인들의 연연한 생활 風情과 美態를 畵幅 위에 사로잡기에 정열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서도 짐작이 간다.

  그의 풍속 소품도 소품이려니와 이러한 독립된 초상화풍의 미인도 대작을 보면 풍속도 소품 위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여인들의 하나하나의 생태가 追眞하는 실감을 가지고 클로즈업되어 과연 蕙園은 멋쟁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게 된다.

  가벼운 여름 단장을 한 한 앳된 여인이 마치 사진이나 찍으려는 듯이 포즈를 취하고 서 있는 모습, 나긋나긋한 두 손으로는 가볍게 앞가슴에 달린 三作 노리개를 매만지고 무거울 듯 머리 위에 큰 트레머리가 멋들어지게 얹혀 있으나 반듯한 맑은 이마 위에 선명한 가리마를 반쯤만 가리운 풍경이 오히려 날아갈 듯만 싶게 경쾌하다.

  요사이 한국 여인들 중에는 소위 후까시 머리에 아이섀도를 그리고 뽐내는 분들이 많지만 이조의 멋쟁이 여인들은 결코 倭女들의 시마다마게나, 北京 여인들의 흉내를 내는 일이 없이 이렇게 순수한 이조 멋을 부리고서 방긋이 자신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폭 패인 목 뒤의 솜털은 가벼운 입김에도 파시시 움직이고 쪽빛 열두 폭 모시치마의 부푼 매무새가 젊음을 구가하고 있다.

  저고리의 회장과 가는 옷고름 그리고 트레머리 끝에 달린 댕기의 빛은 모두 진자주색이니 몸에 착 붙는 흰 저고리빛과의 조화를 한번 되새겨 봄직한 일이 아닌가.

  칠칠한 트레머리에 한밑천을 들여야 했던 그 시대 여인들의 머리 치장은 이제 과연 과거의 멋이 되어 버린 것인가.

  이 작품이 뉴욕에서 전시되었을 때 그 고장 여인들이 “금년 뉴욕의 헤어스타일은 바로 이것이 될지도 몰라요” 해서 같이 웃은 일이 있었다.
 
  



* 이 글은 최순우, 『최순우전집 5』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