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토우 - 최순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4-20    조회 : 5911
 점토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서 빚어 만든 소박한 신라시대의 토우들을 보고 있으면 무딘 듯하면서도 재치있게 다룬 몸체의 자세라든지, 웃든지 우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얼굴들의 표정에서 우리는 같은 인간들끼리 통할 수 있는 따스한 정과 서글픔을 아울러 느끼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미개인들의 원시 미술과도 같은 서투른 표현을 보인 것 같지만, 자세히 따져 보면 신라 토우들은 표현할 것은 모두 다 이루어 놓은 듯싶을만큼 실감나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말하자면 훗날 신라인들이 떨친 조형미의 원동력과 그 재질은 이미 이러한 초기적 주소(彫塑) 작품에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해야겠다.

서 있은 인물은 분명히 현악기를 안고 흥겹게 연주하는 자세임을 알 수 있으나, 앉은 토우는 두 무릎을 꿇어 세우고 두 손을 마주잡은 폼이 마치 현대의 가수들이 노래부르는 자세를 연상케 해서 그 벌어진 입과 갸우뚱한 고개와 아울러 실감나는 가수의 모습을 상기시켜 준다.
 
  


두 토우는 우연하게도 박물관 진열장 안에서 해후한 것이지만 이제까지 마치 한 쌍의 가수와 반주자 관계처럼 인식되기 쉬었다. 이러한 신라 토우들 중에는 간혹 독립된 공예 조각적인 의의를 갖춘 작품들도 있으나 두 개의 토우와 같은 경우는 어떠한 그릇 위에 장식품의 일부로 붙여졌던 예가 많았고, 따라서 크기와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 만큼 다양해서 고대 신라 토기에 나타난 하나의 신비로운 매력처럼 되어 왔다.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못한 것의 차이는 단지 기교로써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소박한 토우들은 웅변으로 설명해 주었고, 아름다움의 본질적인 면, 말하자면 건강한 아름다움이란 이러한 가식 없는 작업 위에 순수하게 노정된다는 좋은 예를 우리는 이 작은 두 유물에서 역력히 본 것이다.

마구 빚은 흙덩이와 흙타래, 그리고 마구 뚫은 두 눈과 입의 표정에서 고졸의 아름다움과 순정의 매력이 얼마나 욕심없이 이루어졌는가를 다시금 실증했고, 한국의 아름다움에는 이러한 무심의 아름다움, 무재주의 재주가 이미 삼국시대부터 스며 있어서 한국미가 지니는 체질의 원천적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말하자면 더 부릴 수 있는 표현력이 있었다고 해도 더 부릴 욕심과 또 그 필요가 느껴지지 않았던 신라인들의 숨결을 이 작품들에서 역력히 보는 듯싶다.

 

* 이 글은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