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수공업 3 - 까를로 로제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3-20    조회 : 4320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이익을 얻는 한 부류의 중개인들이 있다. 그들은 서양인 애호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 모든 것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그리고 자신들이 구한 상품을 보이기 위해 당신의 집으로 찾아온다. 보통 그들은 아침식사 시간 무렵에 찾아오는데, 그 역시 낮 시간을 덜 무의미하고 단순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이다. 그들은 아주 엄숙하게 포장을 열고 자신이 발견한 몇 가지 물건을 내어 놓는다. 그리고 그 상품을 보고 난 당신의 얼굴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격을 정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없다. 가격은 표정 뿐만 아니라 당신의 지위에 따라서도 결정된다. 이것은 또 다른 한국인들의 장사 방식이기도 하다. 즉 당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당신은 더 지불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총영사로 서울에 체류한 내 친구에 따르면, 그의 직원들 중에 실무를 담당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ㄹㅏㅁ은 한국에 머물던 동안 매달 말에 계속적으로 물건을 사곤 했다. 그런데 그가 떠나던 날에는 그 가격이 이전 가격의 정확하게 두 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직원이 떠나간 뒤 자동적으로 구입이 줄었고 정상 가격으로 되돌아왔다.

서울에서는 일반적으로 더 예술적이고 진기한 - 사실 극동 아시아에서는 ‘진기한’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포괄된다. - 제품들을 독점 판매하는 대여섯 명의 개인들이 있는데, 그들 역시 수도의 다른 모든 상인들처럼 공인된 우두머리를 두고 특권을 갖는 특별한 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수공업자들의 조합은 한국인들의 생활이 갖는 주요한 특징들 중 하나이다. 지역마다 모든 상품별로 조합이 존재한다. 그리고 만약 조합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상품을 팔 수가 없다. 그렇게 서울에는 비단, 면, 쌀, 모자, 철제품, 놋쇠 제품, 돗자리, 가구 등의 상인조합이 있다. 각각의 조합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선출하며, 교역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조합원들 사이의 분규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해진 물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관할권이 있는 조합에 가서 정해진 가입금을 내고, 그 조합의 우두머리가 발급하는 허가증을 얻어야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즉시 그 조합의 회원들이 가게를 점령하고, 자신의 모든 상품들을 압수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예외가 되는 것은 담배, 성냥, 가방, 머리 장식, 몇몇 식료품 등과 같은 가장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용도를 갖는 것들이다. 이들 물종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아무런 허가 없이도 비슷한 상점을 열 수 있다. 또 다른 예외는 아주 오래된 관습에 따른 것인데, 12월 25일부터 정월 5일까지는 누구나 어떤 상품이든 팔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에 종로에서는 수백 개의 작은 임시 상점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종종 그곳에서 훌륭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정부에 내는 영업세는 영업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각 조합의 중앙 회계로도 보충된다. 회원들의 월회비로 유지되는 이 회계는 병이나 죽음, 장례 등 회원들의 경조사를 부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수도의 여러 조합들 가운데 종종 국가의 정치적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 조합이 있다. 그것은 순회 잡화상들의 조합인 ‘부상회’인데, 한반도 전체에 퍼져 있다. ‘부상(負商)’들은 한국의 모든 마을에 공통적인 상점의 부족을 보충한다. 즉 그들은 아주 다양한 물품, 예를 들어 모자, 신발, 항아리, 붓, 먹, 핀, 옷 등이 담긴 지게를 어깨 위에 지고, 예정된 여정(旅程)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모든 마을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 조합을 특수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그들에 대한 의존이다. 사실 몇몇 특별한 관료들만이 아니라 모든 관청이 필요한 경우에 부상들을 동원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멀리 떨어진 마을에 약간의 소란이 발생하면, 행정관들은 범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부상들을 보낸다.
또는 어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안전하지 못한 곳에 가야 할 때, 공적인 안전에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관은 부상으로 하여금 그를 호위하도록 한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들의 역할은 커져 아주 중요한 사건들에까지 개입하게 되었고, 드디어는 황제가 왕위에 불안을 느낄 때 항상 부상들을 먼저 부르게까지 되었다. 이 조합이 이름을 날린 가장 최근의 경우는, 1897년 ‘독립협회’의 해산명령과 더불어 그들이 서울에 모였을 때였다. 그 정치 협회의 회원들과 부상들은 더 큰 위험을 두려워한 정부가 서둘러 부상들을 지방으로 돌려보내기 전까지 수도의 거리거리에서 진짜 싸움을 벌였다.
부상들은 아주 잘 단결되어 있고, 서로간에 대단히 우애가 깊다. 예를 들어, 만약 그들 중에 한 명이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거나, 채권을 회수해야 하거나, 빚을 갚게 하고 싶다면 그는 단지 몇몇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 일은 순식간에 해결된다.
저녁 무렵 고립된 장소에서 우람한 근육질에 말도 별로 없는 20여명의 부상들이 앞으로 다가와서 마치 자신을 멀리 끌고 갈 것처럼 즉시 소매를 걷어 부칠 태세를 취하는 것을 보게 되면, 상대편 사람은 별 수 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