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제30권 그릇붙이[器皿]3 - 서긍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2-10    조회 : 5408
찻상
고려의 토산 차는 쓰고 떫어 입에 넣을 수 없고, 중국의 작설차와 용봉사단龍鳳賜團을 귀하게 여긴다. 하사한 것 이외에도 상인들이 가져다 팔기 때문에 근래에는 차 마시기를 제법 좋아하여 차와 관련된 여러 도구를 많이 만든다. 금화오잔金花烏盞 비색소구翡色小  은로탕정銀爐湯鼎은 다 중국 것을 흉내 낸 것들이다.
무릇 연회 때면 뜰 가운데서 차를 끓여 은하銀荷로 덮어 천천히 걸어와서 내놓는다. 그런데 시중드는 이가 “차를 다 돌렸소”하고 말한 뒤에야 마실 수 있으므로 으레 차가 식은 뒤에 마시게 마련이다.
관사 안에는 붉은 찻상을 놓고 그 위에다 차를 마실 때 쓰는 도구를 두루 진열한 다음 홍사건紅絲巾으로 덮는다. 매일 세차례씩 차를 맛보는데, 뒤이어 탕을 내온다. 고려인은 탕을 약藥이라고 하는데, 사신들이 그것을 다 마시면 반드시 기뻐한다. 혹 다 마시지 못하면 자기를 깔본다고 생각하면서 불쾌해하며 가버리기 때문에 늘 억지로 그것을 마셨다.
  

 
질그릇 술병
고려에는 찹쌀이 없기 때문에, 멥쌀에 누룩을 섞어서 술을 만든다. 그 빛깔이 짙고 맛이 독해 쉽게 취하고 금방 깬다. 왕이 마시는 것을 양온良 이라고 한다. 양온은 좌고左庫에서 빚은 맑은 법주法酒로, 거기에도 두 가지 등급이 있다. 양온은 질그릇 술병[瓦尊]에 담아서 누런 줄로 봉해 둔다.
고려인들은 대체로 술을 좋아하지만 좋은 술은 구하기 어렵다. 서민의 집에서 마시는 술은 맛이 싱겁고 빛깔은 진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마시고 다들 맛있게 여긴다.
 
등나무 술병
등나무 술병[藤尊]은 산과 섬의 주와 군에서 진상하는 것이다. 속은 역시 질그릇 술병이고 바깥은 등나무로 두루 감쌌다. 배가 흔들거려 병이 서로 부딪혀도 깨지지 않으며, 위에는 봉함이 있는데 주와 군의 인장이 찍혀 있다.
 
도기 술병
고려인은 도기의 푸른 빛깔을 비색이라고 하는데, 요 몇 년 사이에 도기 만드는 솜씨와 빛깔이 더욱 좋아졌다. 술병은 오이같이 생겼는데, 위에 있는 작은 뚜껑은 연꽃에 엎드린 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또 주발 접시 술잔 사발 꽃병 탕잔湯 도 만들 수 있으나 모두 정기제도定器制度를 모방한 것들이기 때문에 생략하여 그리지 않는다. 술그릇만은 다른 그릇과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그린다.
 
도기 화로
산예출향 猊出香 역시 비색인데, 위에는 쭈그리고 있는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위를 향하고 있는 연꽃이 그것을 받치고 있다. 여러 기물들 가운데 이 물건이 가장 세밀하고, 그 나머지는 월주越州의 고비색古秘色이나 여주汝州의 신요기新窯器와 대체로 유사하다.
 
상 덮개
공회에서 음식을 낼 때 아래는 쟁반으로 받치고 위에는 푸른 덮개를 놓는다. 왕과 정사 부사의 것에는 적황색 장식을 하는데, 그것으로써 음식이 정갈한지 거친지를 구별한다.
 
등나무 광주리
옛날에 폐백幣帛을 할 대는 상자와 광주리를 사용하였는데, 지금도 고려에서는 그러한 풍속이 없어지지 않았다. 광주리는 껍질을 벗긴 등나무를 짜서 만들며 위에는 무늬가 뒤섞여 있다. 무늬는 꽃과 나무, 새와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안에는 적황색 무늬 능직을 대며 큰 것과 작은 것을 합쳐 한 벌이라고 한다. 그 값은 은 1근에 해당한다. 왕부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것들은 군읍에서 올린 진상품이다. 나머지 관원이나 서민들이 사용하는 것들은 만듦새가 엉성하니, 이는 예에 맞춰서 쓰는 것일 뿐이다.
 
죽솥
죽솥[ 釜]은 음식물을 삶는 기구인데 철로 만들었다. 위에는 뚜껑이 있고 배 아래에는 발이 셋 있다. 소용돌이 모양의 무늬는 털 오라기처럼 가늘다. 높이는 8촌, 너비는 1척 2촌, 용량은 2되 5작이다.
 
물 항아리
물 항아리[水甕]는 질그릇이다. 배가 넓고 목은 오므라졌는데, 주둥이는 약간 넓다. 높이 6척, 너비는 4척 5촌인데, 3섬 2되가 들어간다. 관사 안에서는 구리 항아리[銅甕]를 쓰고, 산과 섬과 바닷길에서 배로 물을 실어 나를 때만 이것을 사용한다.
 
가마니
가마니[草 ]는 중국에서 쓰는 포대와 용도가 같다. 그 형태는 망태기 같은데 풀을 엮어 만든다. 무릇 쌀 밀가루 땔나무 숯 등은 다 가마니에 담는다. 산길을 갈 때는 수레가 불편하므로 흔히 가마니에 담아 나귀 등에 싣고 간다.
 
도필刀筆
칼과 붓의 집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다. 세 칸으로 만드는데, 그 중에 한 칸에는 붓을 꽂고, 나머지 두 칸에는 칼을 꽂는다. 칼은 튼튼하고 잘 들게 생겼는데, 칼 하나는 약간 짧다. 산원散員 이하의 관리와 지응祗應 방자房子 친시親侍가 그것을 찬다.

 
* 이상 3회에 걸쳐 실었던 『고려도경』 '그릇붙이'는 서긍,『송나라 사신, 고려를 그리다 - 고려도경』, 민족문화추진회 옮김, 서해문집, 2005, pp.223-236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