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제30권 그릇붙이[器皿] - 서긍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6-01-05    조회 : 4723
신이 들으니 전대의 사서에 이르기를, '동이는 그릇에 소반을 쓴다' 하였는데, 지금 고려의 토속도 여전히 그러하다. 만듦새를 보면 예사스럽게 소박하여 자못 사랑스럽고, 다른 식기들도 왕왕 준이尊 와 보궤  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연음할 때 내놓는 것들에도 완점莞 이나 궤석 席과 유사한 것이 많다. 이는 기자의 아름다운 교화에 물들어서 삼대三代의 풍속과 비슷해진 것이다. 그 개략을 모아서 그림으로 보인다.
  

짐승의 모양을 본뜬 향로
자모수로子母獸爐는 은으로 만드는데, 조각하고 아로새기고 하여 정교하게 만든다. 큰 짐승이 쭈그리고 앉아 있고, 작은 짐승은 뒤를 돌아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데, 그 입에서 향기가 나온다. 오직 회경전과 건덕전에서 공회를 열 때만 두 기둥 사이에 놓는다. 조서를 맞이할 때는 사향을 피우고, 공회 때는 독누篤 ·용뇌龍腦·전단 檀·침수沈水 등을 태우는데, 그것들은 다 어부에서 하사한 향이다. 수로 하나를 만드는데 은 30근을 쓰며, 짐승을 본뜬 모양이 받침에 연결되어 있는데, 높이가 4척이고 너비가 2척 2촌이다.

물병
물병의 형태는 대략 중국의 술 주전자와 비슷하다. 그것을 만드는 데 은 3근을 쓰며, 정사·부사·도할관·제할관의 거처에 설치한다. 높이는 1척 2촌, 배의 지름은 7촌, 용량은 6되다.
 
반잔
반잔盤(王+ )의 모양은 중국의 것과 같다. 다만 잔이 깊고 테두리가 오므라졌으며, 술을 담는 부분은 작고 발이 높다. 은으로 만들고 간혹 금칠을 하기도 하는데, 꽃을 아로새긴 것이 재치가 있다. 술을 권할 때마다 다른 술잔으로 바꾸는데, 다만 용량이 약간 많을 뿐이다.
 
박산로
박산로博山爐는 본래 한대의 기물이다. 바다 한가운데 박산이란 산이 있는데, 그 형상이 연꽃 같기 때문에 향로에 그 형상을 본떠 쓴 것이다. 향로 아래에는 분盆이 있는데, 거기에 산과 파도치는 바다, 물고기와 용이 출몰하는 형상을 만들어서, 끓는 물을 담아 옷에 향기를 쏘이는 데 쓴다. 이는 습기와 향기를 달라붙게 하여 연기가 흩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고려 사람이 만든 것은, 꼭대기는 비록 박산의 형상을 본떴다지만 그 아래는 발이 셋이어서 원래의 만듦새와는 아주 다르다. 다만 재치 있는 솜씨는 취할 만하다.
 
술그릇
술그릇[酒 ]은 들고 다니는 기물이다. 윗부분은 연잎을 뒤집은 모양이고, 양쪽 귀에는 고리 사슬로 된 끈이 있는데, 간혹 금칠을 하기도 했다. 술을 권할 때만 쓰며, 술의 빛깔과 맛이 다 좋다. 그 만듦새는 높이가 1척, 너비가 8촌, 드는 고리의 길이가 1척 2촌, 용량이 7되다.
 
검은 꽃무늬 세숫대야[烏花洗]
은색 꽃무늬 세숫대야[銀花洗]는 늘 사용하지는 않고, 고려 국왕이 정사와 부사를 접견할 때만 썼다. 약을 찍어서 꽃을 아로새겼고 검정 무늬에 흰 바탕인데 무게는 각각 다르다. 표면의 너비는 1척 5촌이고 용량은 1말 2되다.
 
면약호
면약호面藥壺는 정사·부사·도할관·제할관의 거처에 있는 것만 은으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동으로 만들었다. 둥근 배에 목이 긴데, 뚜껑은 좀 뾰족하다. 높이는 5촌, 배의 지름은 3촌 5푼, 용량은 1되다.
 
부용준
부용준芙蓉尊은 위에 뚜껑이 있는데, 봉오리 맺힌 부용꽃과 같은 형상이다. 간혹 금으로 칠해 장식하였고, 목이 길고 배가 넓다. 높이는 2척이고 용량은 1말 2되다.
 
제병
제병提甁은 주둥이가 길고 위가 뾰족하며 배가 크고 바닥이 평평하다. 모서리는 여덟 개인데, 간혹 금칠한 것을 쓴다. 속에는 숭늉이나 끓인 물을 넣는다. 나라의 관원과 존귀한 사람은 언제나 시중드는 자를 시켜 그것을 들고 따라다니게 한다. 크기는 다 다른데, 큰 것은 2되가 들어간다.

(계속) 
 
 
- 중국 송나라 때 문신 徐兢(1091~1153)의 『高麗圖經』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