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청암사 편- 정시한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10-20    조회 : 4320
16일 서리가 내렸다. 가끔 말고 흐렸다.

절에서 아침 식사를 차렸다. 아침 식사 후에 출발하여 재를 넘는데 산길이 높고 험해서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계속해서 재를 두 번 넘으니 땀이 무척 흘렀다. 성주(星州)에 있는 쌍계사(雙溪寺) 골짜기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반석에 앉아 음식을 먹고 냉수를 마셨다. 차가운 바람속에 땀을 흘린 뒤라서 차고 서늘한 것이 비로소 실음(失音)할 기후가 있었다.

  

절에 도착하여 숭통 노승인 충신(忠信)의 방에 앉아서 잠시 이야기하고 말을 타고 청암사(靑巖寺)에 올라가니. 혜원(惠遠) 노사가 반갑게 맞이하여 여러 색깔의 과자를 대접하고 저녁을 차려주었다. 노마를 돌려보내고 또 파자(怕子)로 하여금 오지 말고 인마(人馬)와 함께 쌍계사(雙溪寺)에서 머물면서 토굴에서 함께 유숙하도록 하였다. 그 학도(學徒) 만선(瞞善)의 위인이 침착하여 불경(佛經)을 능통하였으며 시를 지을 줄도 알았다. 그의 은사를 대신하여 종장의 직임을 대행하였다.

  

17일 맑았다.

아침 식사 후에 승려를 보내 승헌 종장을 수도암(修道菴)에서 모셔오도록하여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원 노사가 국수를 마련하여 먹게 하였다. 폭포수가 시내 못으로 흐르는 도량을 두루 보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 혜원과 승헌 노사 및 만선과 함께 쌍계사(雙溪寺)로 내려가 양협 사이로 흐르는 시내를 따라 내려가니, 단충과 푸른 소나무가 길을 덮고 있었으며 계곡을 감싸고 흐르는 물소리가 쟁쟁하였다. 두 세명의 고승과 함께 천천히 행하면서 걸음마다 앉아서 감상하니 자못 흥취가 있었다. 절에 도착한 뒤에 시내를 건너가다가 산 아래에서 파자(怕子)를 만났다. 입암(立巖)을 가서 구경하고 또 정 한강 선생 서당을 보기 위하여 무흘(武屹)로 올라가도록 하였다. 여러 승려와 함께 미타암(彌陀菴)에 도착하여 유숙하였다. 충신(忠信)이 꿀물을 대접하였다. 저녁에 파자(怕子)가 돌아왔다.

도1) 청암사 대웅전 전경과 대웅전 내부의 영산회상도
도2) 청암사 수도암 석조약사여래좌상과 아미타여래도

※ 정시헌(1625―1707)의 《산중일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