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개-최순우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04-24    조회 : 6724
이별을 서러워 하는 여인이 ‘한양 낭군님 날 다려가오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하고, 눈물겨워 하면 사내는 ‘네 무엇을 달라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노리개치레를 하여 주랴 은조로통 금조로통 산호가지 밀화불수 밀화장도 곁칼이며 삼천주 바둑실을 남산더미만큼 하여나 주랴’하면 여인은 ‘나는 싫소 나는 싫소 아무 것도 나는 싫소 금의옥식도 나는 싫소’하고 애절해 하는 정경이 경기가요 <방물가>가사에 나와 있다.
자기가 짓밟은 여인의 순정을 하찮은 돈 따위의 힘으로 덮어 버리려는 사내들의 노리개치레가 집치레․세간치레․의복치레와 함께 예부터 한국 여인들에게 이만저만 매혹적인 재물이 아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 여인들의 상의에 단추 종류를 비롯한 금은보옥의 패물들을 장식하는 유습은 이미 고려시대에도 유행되고 있었던 모양으로, 매우 세련된 이러한 고려 패물 종류들이 지금도 고려의 옛 무덤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 노리개의 근원은 이보다 더 먼 옛날에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삼작 노리개를 비롯한 격식 차린 조선시대 노리개 양식에 해당하는 고려시대의 유물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지만, 아마 다른 문물이 그러했듯이 당,송,원,명의 중국 장신구 양식이 오랜 동안에 걸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쳐 오는 동안 이 외래양식, 특히 원나라 몽고족의 혼례 조도품과 기타 장신구에서 온 큰 영향이 우리 민족정서 속에 점진적으로 정리 순화되어, 한국 삼작 노리개 양식이 자리잡혀 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면 부녀들의 한복 양식이 외래풍의 혼탁으로부터 점차로 국풍화되어서 현행 복제의 자리가 잡히고 따라서 여기에 조화되는 대․중․소의 삼작 노리개를 비롯한 조선시대 노리개 양식이 확립되었던 것이라고 짐작된다.
어쨌든 조선시대의 여인들은 귀족이건 시민이건 기녀이건 숙녀이건 그 집안지체에 따라 그리고 처소와 예법에 따라 훈장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노리개를 가슴에 달고 다소곳이 기품을 가누곤 했던 것이다. 제각기의 가슴에 달린 노리개들은 경우와 처소에 따라 하나의 예장 구실을 했지만 그 노리개들의 격조나 취미를 살펴보면 그 집안의 가도나 그 여인의 교양이 드러나 보였던 것은 마치 요새 저고리 적삼에 다는 브로치의 선택이 그 여인의 인품을 드러내는 경우와 다를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상류면 상류대로 밀화불수나 산호가지, 청강석이나 비취삼작 또는 황금투호 같은 화사한 노리개를 자랑삼기도 했고 서민은 서민대로 수수한 은삼작에 아롱지는 칠보무늬의 조촐한 아취를 아껴서 이것이 오히려 소담한 서민사회의 여인 풍정을 돋보이게 해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조선시대 노리개의 매력은 무슨 권위나 호사에 있는 것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다양하고 복잡한 듯하면서도 주제가 통일되어있고 화사하고 뽐내는 듯해도 따지고 보면 한국의 어진 젊은 어머니들의 마음처럼 착하고 담담하고 복된 표현이 그 아름다움의 생명이라고 해야 겠다. 중국의 장신구처럼 거의 절대라고 할 만큼 정세하게 다룬 표현, 그리고 권위와 완성의 지겨움이 우리 노리개에는 없다고 해야 겠다. 육간 대청이라도 좋고 삼간 두옥이라도 스스러움이 없는, 말하자면 각기 분수에 맞는 화사와 절도있는 영광이 시새움도 오만도 없는 부푼 가슴 위에 편하게 자리잡아 온 것이다.
  
단순한 것 같아도 이러한 한국 노리개들을 분류해 보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순금 또는 도금으로 만든 금삼작, 순은 또는 여기에 칠보장식을 수놓은 은삼작, 백옥을 비롯해서 옥 종류로 만든 깔끔한 옥삼작, 주먹만한 밀화덩이나 산호가지 그리고 청강석이나 옥나비 중 세 가지를 곁들인 호사스러운 대삼작, 청강석,산호,밀화로 만든 불수촌이나 산호가지,밀화덩이,옥나비의 콤비로 된 중삼작, 비취,자만옥,백옥,산호,청강석,밀화를 재료로 나비,호도,동자,가지,호로병,박쥐,투호 등을 주로 만든 말하자면 약식의 소삼작등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노리개들을 꼬아달기 위한 비단끈과 비단술은 연초록,자주,노란색,진홍색,남색 중에서 몇 가지 색채 또는 단색을 가려서 쓰여진다.
이것을 꼬아 매는 매듭도 도래매듭,납짝이매듭,나비매듭,잠자리매듭,생쪽매듭 등이 있다. 술에도 딸기술,낙지발술,방울술,방망이술 등이 있어서 그 표현애와 전통이 이만저만 깊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삼작 노리개란 말은 세 가지의 노리개를 한 단위로 모아 만든 노리개란 뜻이 된다. 말하자면 그 만든 재료에 따라서 금삼작,은삼작,옥삼작이라고 구별하기도 하고 그 크기나 격식을 따져 대삼작,중삼작,소삼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편 노리개의 주제를 따라서는 박쥐삼작,불수삼작,동자삼작,장도삼작으로 부르고 또는 삼작 노리개가 세 가지 종류의 주제를 콤비로 해서 표현했을 때는 가령 동자,바늘집-방아다리,은삼작이라고 구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삼작 노리개 중에 소삼작은 예장이 아닌 경우에도 달 수 있고 평상복에 쉽게 장식할 수 있는 단식 노리개들, 예를 들면 옥장도,은장도 또는 향낭 같은 것도 있어서 마치 요사이의 브로치나 양장의 액세서리 같은 가벼운 단자에 애용되기도 했던 것은 기녀나 소첩으로 보여지는 혜원의 미인도에 나타난 패용 예로써도 짐작이 간다고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