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직지사편-정시한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03-08    조회 : 4242
병인년(丙寅年 : 1686) 3월 28일 맑음
  
  
아침에 승려 국청(國淸)과 함께 사찰을 둘러 보니, 규모가 장엄하고 화려하였다. 그곳에 거처하는 승려도 많았다. 그러나 팔상전(八相殿) 이층 누각을 짓느라고 산내의 승도들이 분주하게 역사를 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승려 여상(呂祥)이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 아침 식사 후에 갑자기 승려를 보내 서전(西殿)의 팔부도(八浮屠)를 보았다.  부도암(浮屠菴)에 올라가서 학조(學祖)의 부도를 보고 명적암(明寂菴)에 이르렀다가 또 능여암(能如菴)에 도착하여 덕륜(德倫)이란 승려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운수암(運輸菴)에 이르러 수영대사(首映大師)를 만났는데 수영(首映)은 곧 도영(道映)을 개호(改號)한 것이다. 만나서 매우 반가웠다. 다과(茶果)를 준비하여 대접해 주었다. 거처하는 것이 정결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 후에 노마(奴馬)를 본사로 돌려보내고 혼자 그곳에 남아 밤이 깊도록 대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숙하였다. 산행한 거리는 대략 10여리쯤 되었다.

  

29일 가끔 흐리다가 맑음, 바람이 불었음

태남(太男)이 와서, 시숙이 매우 아파 일어나지 못하고 저만 혼자서 어제 본사로 왔다고 하였다. 화령(化寧)의 종동(種同)이 양미(糧米) 10두를 운송해왔다. 황씨 집의 누이가 무량동의 서찰을 부쳐오면서 고향의 서찰을 함께 전해 왔다. 조금 늦게 시숙(時淑)과 인마(人馬)가 모두 본사로 왔다고 하였다. 점심을 먹은 뒤에 수여대사를 작별하고 호계암(虎溪菴)에 들렀다가 본사에 도착하니, 한창 나무를 끌어서 운반하느라고 많은 사람을 동원하였고 거기에는 깃대가 펄럭이고 북소리도 소란스러웠다. 향로전(香爐殿)에서 유숙하였다. 불존의 승려 승관(勝寬)과 석오(釋悟)가 산에 유람한 일을 말하였다. 시숙의 병이 조금 나았다. 황씨 집의 누이 가장(家庄)에서 노비가 쌀 4두, 속미 1두, 콩 2두, 조 4두를 보내왔다.

우담 정시한(1625∼1707)의《산중일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