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의 아름다움-윤경렬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02-23    조회 : 4621
일승원음(一乘圓音)

종명에서 이 종소리를 일승원음이라 하였습니다. 승이란 기차를 탄다던가 비행기를 탄다는, 타고 간다는 뜻입니다. 부처의 진리의 세계에도 갈려면 무엇인가 타고 가야 되는데 부처님의 말씀 중에서 가장 행하기 쉬운 말씀을 행하는 스님들은 성문승이라 하고 더 많은 이치를 깨달은 스님을 연각승이라 하고, 깨달은 스님들이 행동으로 실천할 때 보살승이라 하는데, 보살승 즉 보살의 이치를 지키며 타고 가도 진리의 세계에 도달하기에는 아득하게 먼 일이지만 이 종소리를 들으면 곧 바로 진리의 세계에 닿을 수 있다하여 일승이라 한 것입니다.
일승원음이란 이 소리를 들으면 곧 바로 부처님의 음성이란 뜻이 됩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이렇게 화려하게 오랜 세월을 공들여 만든 까닭은 이 종이 바로 부처님의 몸이요, 이 소리가 바로 부처님의 음성이란 뜻이 됩니다. 경덕왕은 성덕대왕의 둘째 아드님이시고 큰 아드님이 효성왕이십니다. 효성왕은 아버님 성덕대왕을 위하여 봉덕사를 짓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다음 효성왕의 동생되는 경덕대왕이 즉위하시어 이 종을 만들기 시작하였다면 경덕왕이 왕위에 계신 23년 동안 이 종을 위해서 일하셨을 것이오, 혜공왕이 계승한 후에도 7년이 더 걸렸으니까 이 종은 완성되기까지 약 30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 됩니다.
이 종을 만들 때에 끓는 쇠물 속에 애기를 넣었기 때문에 종소리에 섞여 에밀레, 에밀레 소리가 난다는 전설은 이 종소리가 너무 자비로운 여운이 애처럽게 들리기 때문에 후세에 만들어진 전설이라 생각됩니다. 이 종은 봉덕사에 있었기 때문에 봉덕사 종이라고도 부릅니다. 봉덕사가 어느때 홍수로 파괴되고, 그 후 영묘사에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봉황대 밑에 종각을 짓고 성문을 열 때 시간을 알리는 종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915년 종각과 함께 지금 박물관으로 옮겨져서 지금까지 경주 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 합니다. 이 종의 이름을 에밀레 종 또 봉덕사 종이라고 하는데 종면에 새겨져 있는대로 성덕대왕신종이라 부르는 것이 바른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신라시대 종으로서 유명한 종이 또 하나 있으니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종입니다. 종 지름 170cm로 성덕대왕신종보다는 훨씬 작은 종이나 725년(성덕대왕 24년) 만든 것으로 나이는 47년이나 더 많아 아버지뻘되는 종입니다.
  
용뉴에 포로가 아주 힘차고 씩씩하여 강하고 억센 화랑들의 정신이 넘쳐 흐르는 조각입니다. 유는 젖꼭지처럼 나타나 있는데 한 유곽안에 9개씩 36개입니다. 유곽이나 종구, 종견에는 당초와 비천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는데 더욱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당좌 옆에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두 사람의 비천입니다. 한 사람은 공후라는 악기를 타고 한 사람은 생황이라는 악기를 불고 오는데, 조용히 굽이치며 날리는 천의 자락과 영락(구슬장식) 자락이 한없이 평화롭게 보여, 보는 이의 입가로 저절로 미소가 피게 합니다. 향연기 타오르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현대 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예술은 단순화되어야 합니다. 제 친구가 그림을 그리는데 될 수 있은대로 선을 적게 긋고 색깔을 적게 칠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정신을 절약해 주려는 심정이라 합니다. 이 종소리는 멜로디 없는 음악입니다. 단 한개의 소리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지상 최고의 음악입니다. 듣는 사람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고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이 천수백년 전에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러한 음악은 지금 지구상에 이 종 하나밖에 없고 미래에도 다시 기대하기 어려운 보물입니다. 왔던 길에 이 종의 사진을 한 장 갖고 싶습니다. 이 말은 불란서 미술평론가 삐에르 꾸르띠옹(Cour Thion)이 1975년 경주에 와서 종소리를 듣고 한 말이다. 성덕대왕신종의 사진과 비천탁본을 받아들고 감격하여 떨고 있었다. 이 종은 인류에게 감격을 주는 보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