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부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3-02-16    조회 : 4752
  
연못에 얼음 얼고 뜨락에 눈 쌓일 무렵 모든 화초가 말라도 너는 선화(仙花)처럼 향기를 발산하여 옥반(玉盤)의 정결을 펼치고, 금옥(金屋)의 아리따움을 간직한다.
꽃망울 노랗게 터지고 조밀한 잎 파릇이 피어나면 고운 바탕은 황금이 어리고 그윽한 자태는 옥을 쪼은 듯 말릉(秣陵 : 金陵)의 흰 꽃을 피우고, 파도를 밟는 꽃다운 발끝 맥맥한 정을 머금고 영영(盈盈)한 곡(曲)을 듣는 듯하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피울 듯 말 듯한 꽃봉우리, 봄빛 옮길 난간은 있어도 바람 피할 누대가 없다.
신비(神妃)가 낙포(洛浦 : 洛水)에서 가벼운 옷깃을 이끌고 사뿐히 걸어 오는 듯, 햇빛 따스한 안개 속 분단장 지우고 진주 옷에 구슬 찬 여신이 동정호(洞庭湖)에 내려오는 듯 아름답고 다양한 자태.
파란 모래, 무늬 진 돌에 사뿐한 걸음 티끌 한 점 없고, 문을 잠그고 홀로 웃음 지으며 님 생각에 잠기니 마치 신녀(神女)가 강가에서 교보(鄭交甫)를 만난 듯 냉냉한 경대에 허공이 잠겨 맑은 파도가 은은히 일고 신광(神光)이 흩어지니 꽃다운 즐거움(樂)이 허망하다.
마치 소상(瀟湘江) 구름이 비를 섞어 왕래하는 듯 아름다움이 요조히 감돌고, 찬 물결에 씻겨 색깔이 선명하다. 옥병에 비춰도 구분할 수 없고 은빛에 비춰도 더욱 곱다.
비단 버선이 바람을 밟는 듯, 경쾌한 의상에 눈송이 겹친 듯, 난(蘭)처럼 정아(貞雅)하고 매화처럼 청결하다.
향기 머금어도 즐겁다.
내 집에서 세한(歲寒)을 함께 하니 청순한 자태를 마주한다.

수금승지(壽琴承旨)가 이 수선화부를 지어 나에게 보여 주었는데 글이 매우 청려(淸麗)하기에 그대로 써서 보답한다. 근자 안질에 걸려 이처럼 졸필이니 꼴이 아니다. 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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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위 왼쪽부터
수선화(금잔옥대) / 수선화부(水僊花賦) 부분
수선화부(水僊花賦), 추사 김정희 글씨 , 21.8×203.0, 종이에 먹,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