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르는 뜻〔養花解〕- 강희안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11-30    조회 : 3278
청천자(菁川子)가 하루는 저녁에 뜰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흙을 파고 꽃나무를 심는데 피로도 잊고 열중하고 있었다. 손이 찾아와서 말하였다.
  
  
매화초옥도/전기/29.4*33.2/종이에 채색단원도(부분)/김홍도/135*78.5/종이에 담채

'당신이 꽃을 기르며 양생(養生)하는 법을 알았다 하였음을 내가 이미 들어 알거니와, 이제 체력을 수고롭게 하여 마음과 눈을 미혹시켜 외물(外物)의 끌림이 되었음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마음이 쏠려 가는 것을 뜻〔志〕이라 하였으니 당신의 뜻이 빼앗겨 잃지 않았소?'
청천자가 대답하였다.
'답답하구려! 참으로 당신 말과 같다면 몸뚱이를 고목(枯木)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마음을 쑥대처럼 버려 두어야 잘했다 하겠구려? 내 보건대 천지간에 가득히 차 있는 만물들이 힘차게 자라고 씩씩하게 이어가며 저마다 현묘한 이치를 갖추고 있는 것이오. 그 이치를 진실로 연구하지 않고는 또한 알지 못하오. 그러므로 비록 한 포기 풀이나 한 그루의 나무라 할지라도 마땅히 그것들이 지닌 이치를 생각하여 그 근원까지 파고들어가서 그 앎을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고 그 마음을 꿰뚫어 통하지 않음이 없게 되면 나의 마음이 자연히 만물에 머물지 않고 만물의 밖에 뛰어넘어 있을 것이니 그 뜻이 어찌 잃음이 있으리오? 또 사물을 관찰하는 자는 몸을 닦고, 앎에 이르고, 뜻이 성실해야 함은 옛사람이 일찍부터 말하지 않았었소? 이제 저 창관대부(蒼官大夫: 소나무를 말함)의 외롭고 굳건한 의지는 홀로 천훼백목(千卉百木)의 위에 솟아 있음은 이미 말할 나위가 아니오. 그 나머지 은일(隱逸)을 자랑하는 국화와 품격이 높은 매화, 또는 난초, 서향 등 십여 품종도 각각 풍격과 운치를 떨치고, 창포는 고고하고 깨끗한 절개가 있으며, 괴석은 굳건하고 확실한 덕을 지녔소, 이것들은 진실로군자가 벗삼아 마땅한 것이라, 항상 함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익혀서 몸에 배게 할 것이지, 그저 멀리하여 버려 두지 않을 것이오. 저들 화목이 지닌 물성(物性)을 법도로 하여 나의 덕을 삼아 가면 그 유익함이 어찌 많지 않으리오? 그 뜻이 어찌 호연(浩然)하지 않으리오? 설사 고대광실에 부드러운 털요를 깔고 비취구슬이 주렁대는 미희(美姬)와 생황을 불며 노래하는 재인(才人)들을 불러들여 스스로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함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것은 마침내 성정(性情)과 수명을 해치고 교만하고 인색한 마음을 길러낼 뿐이오, 의지의 상실은 물론, 도리어 내 몸까지 망치는 것을 어찌 모르오?'
손이 말하였다.
'당신의 말씀이 옳으니 나도 당신을 따라가리다.'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의 <양화소록(養花小錄)>중에서 발췌하였다. 강희안은 조선시대의 문신이며 호는 인재(仁齋)이다. 시·서·화에 능하여 삼절(三絶)이라 일컬어졌다. 저서로는 <양화소록>이 있고 그림으로는 「산수인물도(山水人物圖)」·「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등이 있다.

고사관수도/강희안/23.4*15.7/종이에 수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