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아름다움, 불국사-윤경렬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8-16    조회 : 2562
태양이 솟아오르듯 생동하는 감격을 영원히 감돌게 한 불국의 세계  
  

백운교 밑은 둥근 홍예(무지개처럼 둥근 들보)가 뚫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둥근 문은 시멘트 같은 것으로 만들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입니다. 세 개의 홍예 위에 천정돌을 덮은 솜씨도 훌륭하지만 이 홍예가 나타내는 아름다움의 효과야말로 위대한 것입니다.
수평선은 잠자는 선(線)입니다. 여러 겹으로 누워있는 수평선들이 많은 수직선에 받들리어 한없이 고요하고 지나치게 안정된 긴 석단 위에 둥근 곡선으로 변화를 일으키어 수평선에 태양이 솟아오르듯 생동하는 감격을 불국의 기단 위에 영원히 감돌게 한 것입니다.
백운교와 청운교를 밟고 오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신 영산정토(靈山淨土,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하신 곳)의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눈부신 오색문이 바로 자하문(紫霞門)입니다. 신라 때 세운 자하문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고 1628년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청운교나 백운교에 비해 약하고 둔한 느낌이 들어 서운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지금도 정면에서 쳐다보면 청운교가 놓여있는 자하문 돌기단(石壇)이 경쾌한 건축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자하문은 단층이면서도 이층 누각으로 착각되어 웅장하게 솟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으면서도 복잡하게 느껴지게 한 것도 우리 예술의 큰 장점의 하나인 것입니다.
자하문에 들어서면 화려하고 기묘한 동서 양탑과 향연이 풍기는 봉로대(奉爐台)와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이 즐비한 영산정토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부처님 앞으로 정면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자하문에서 오른편 범종각이나 왼편 경루를 지나 금당 옆의 문으로 들어가서 부처님을 뵈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남쪽에는 자하문을 중심으로 좌우 길게 두 팔을 벌려 범종각과 좌경루의 어깨를 짚은 듯 정답게 늘어선 건물이 남행랑(南行廊)입니다. 남행랑의 기둥들은 상층 기단의 석축 사이에 끼어있는 돌기둥 위에 받들려 있음으로 수직선의 효과는 더욱 크게 발휘되어 장엄하게 보입니다.
범종각에서 강당까지 가는 긴 복도를 서장랑(西長廊)이라 하고 경루에서 강당으로 가는 복도를 동장랑(東長廊)이라 합니다. 이 장랑을 통해 가다가 대웅전 옆에 세워진 좌익무(왼쪽으로 들어가는 현관)와 우익무(오른쪽으로 들어가는 현관)를 통하여 대웅전으로 들어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다시 나와 북쪽에 세워진 대강당인 무설전(無說殿)에 들어가서 설법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원래 신라 때 회랑들은 모두 임진왜란 때 타버리고 그 후에 다시 세웠는데 1902년경까지는 일부가 남아 있었으나 그 후로 다 허물어져버린 것을 1971∼2년에 대 수리공사로 총 90간의 대건물을 다시 세웠습니다.
이 회랑들은 자하문·경루·종루·강당 등 큰 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둘러서서 불교신앙의 대상이 되는 대웅전과 탑을 중심에 두고 보호하듯 배치되어 영산정토의 울타리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부처님 세계의 여러 전각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한 통로입니다.
네 줄로 계단이 곱게 놓인 신라시대 기단 위에 아홉 개의 기둥이 다섯 줄로 서서 육중한 맞배 지붕을 떠 받들고 있는 무설전(無說殿)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맞배집이라고 합니다.
45개의 주초위에 엔타시스(entasis, 기둥 중간의 배가 약간 나오도록 한 건축양식)를 이룬 붉은 기둥이 장엄하게 서 있는 이 강당 안에는 신라시대 표훈(表訓)대사나 신림(神琳)대사 같은 훌륭한 법사들이 설법을 하였으며, 많은 선남선녀들이 이곳에서 오욕(汚慾)을 씻고 맑은 마음을 찾아 신라를 부처님 나라로 꽃피울 수 있게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 건물도 임진란 후에 다시 세웠으나 1920년 전에 허물어진 것을 1971∼2년대 중수 때에 다시 세운 대 건물인 것입니다.
  
하늘과 땅이 융합되어 황홀한 환상을 일으키는 쌍탑과 대웅전 사이에 부처님의 지혜를 간직하는 광명대가 있습니다. 이것을 일본 사람들이 석등이라 불렀습니다. 불빛이 어둠을 없애듯이 부처님의 지혜는 어둠을 없애고 밝음을 심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지혜는 불빛으로 표현됩니다. 광명대(光明台)는 부처님의 지혜인 불빛을 모시는 법당인 것입니다.
연꽃을 새긴 주초 위에 연꽃 중대석(中台石)이 얹혀 있는 기둥(竿石)을 세우고 그 위에 팔각 기와집을 얹어 놓았습니다. 이 팔각집은 부처님의 지혜를 나타낸 불빛을 모시는 집이니 이름을 화사(火舍)라 합니다. 이 광명대는 신라의 것으로 가장 오랜 것에 속하며 소박하고 굳센 느낌을 주면서도 각 부의 균형이 아름다운 까닭에 늠름해 보이는 것이 특색입니다. 석등 앞에는 면마다 안상을 새긴 석대(石台)가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향로를 얹어 향을 피우는 봉로대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윤경렬, 『불일회보』(1987년)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