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아름다움, 불국사-윤경렬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8-10    조회 : 2607
천상불국(天上佛國)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하늘의 전당

  


신라에서 불교가 6세기에 공인되었는데 석굴암과 불국사가 만들어진 것은 8세기입니다. 불국사가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이유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 원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꿈꾸어 온 것은 어떻게 하면 이 땅 위에 부처님 나라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불국사는 바로 이러한 염원이 응집되어 실현된 부처님 나라입니다. 다시 말해서 불국사는 이 땅에 천상불국(天上佛國)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신비롭고 장엄한 사원인 것입니다.
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불국 정토를 느끼게 하는 것이 돌축대입니다. 돌축대는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밑층은 두툴두툴한 바위같이 거대한 자연석으로 쌓았고, 윗층은 곱게 씻긴 냇돌로 쌓았습니다. 밑층은 무겁고 윗층은 가벼워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뜬한 안정감을 줍니다. 아래층과 윗층 사이에는 꺼끌꺼끌하게 다듬은 돌로 띠를 돌리고 윗층 축대 사이에는 간간이 다듬은 돌기둥을 세워 놓았습니다. 그 때문에 불국사의 돌축대에서는 두툴두툴하고 꺼끌꺼끌한 촉감의 변화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 겨레는 춘하추동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삼한사온이라는 질서있는 기후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변화를 즐기고 권태로움을 싫어합니다. 이처럼 변화가 다양한 돌축대 위에 하늘의 전당인 불국사가 세워진 것입니다.
  
맑고 밝은 환희에 넘치는 대 석단의 중앙에는 부처님 나라의 정문인 자하문(紫霞門)이 솟아 있고 좌우에는 회랑으로 연결된 좌경루와 우범종각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좌경루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긴 경판을 보관하는 누각입니다. 자연석으로 쌓은 하층 기단 위에 연꽃 주춧돌을 놓고 연꽃으로 장식된 팔각 기둥을 상층 기단 높이로 2개를 세워 그 돌기둥 위에 추녀를 활짝 편 경루가 솟아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늘나라 누각을 쳐다보는 느낌을 줍니다.
절의 기록에 경루(經樓)를 표현하여 "108자(尺) 허공에 날개를 편 듯이 솟아 있다" 라고 했습니다. 좀 과장된 점도 있으나 이 건물의 멋을 잘 나타낸 말입니다.
경(經)이란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법보(法寶)라 하여 부처님과 한 몸이니, 부처님을 연꽃 위에 모시는 것과 같이 연꽃 기둥 위에 경루를 세워 법보의 소중함을 알리게 한 것입니다. 또 108자 허공에 솟아 있다는 표현도 부처님의 말씀이 108가지의 번뇌를 모두 쓸어 버리고 참모습(眞如)을 일깨워준다는 뜻에서 인용된 숫자일 것입니다.
좌경루 오른쪽에 있는 범종각은 종을 달아 울리는 누각인데 하층 기단 위에서 상층 기단까지 수미산(須彌山) 모양으로 쌓아올린 두 개의 주초에 받들리어 높이 솟아 있습니다. 수미산 모양을 한 돌주초가 허리에서 가늘게 되었다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처럼 다시 넓게 퍼지면서 범종각의 기둥을 받들고 있기 때문에 이 범종각도 구름 위에 솟아 떠 오른 듯 하늘나라의 누각을 연상시켜 줍니다.
원래 경루와 종루는 금당(金堂) 뒤편이나 옆에 세우는 것이 예로 되어 있는데 불국사에서는 전례를 깨뜨리고 앞으로 끌어내어다가 장엄한 석축 기단 위에 하늘나라 누각으로 세워놓은 용기와 슬기야말로 우리가 예술의 천분을 타고난 겨레임을 세계에 증명해 주는 것입니다.
구름 위에 날개를 펼친 듯 경쾌하게 범종각과 경루가 좌우로 솟아 있는 대 석단 중앙에 지상에서 천국으로 오르는 두 층의 구름 사다리가 있습니다. 아래층 사다리는 그 이름이 백운교(白雲橋)이니 흰 구름사다리라는 뜻입니다. 백운교로 오르면 동서로 길이 열려 있습니다. 서쪽으로 통하는 길은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가는 길인데 그 길로 가면 극락전(極樂殿)이 있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길은 지금은 막혔으나 옛날에는 동방유리광세계의 보광전(普光殿)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다시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를 청운교(靑雲橋)라 하니 푸른 구름사다리라는 뜻입니다. 푸른 구름을 밟으면서 청운교에 오르면 자하문(紫霞門)에 이릅니다. 자하문은 불국의 정문인데 오색 무지개 문으로 풀이됩니다. 보랏빛은 여러 색깔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흰 구름을 밟고, 푸른 구름을 밟고 오색 무지개 문을 통해서 부처님 나라로 들어간다는 아름다운 환상으로 이루어진 불국사는 하늘 위에 있는 부처님 나라를 모두 한 곳에 모아 놓은 대가람이었던 것입니다.  

윤경렬, 『불일회보』(1987년)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