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사자 석등(雙獅子 石燈)-김원룡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8-03    조회 : 2617
  
인도 사성수 四聖獸의 하나인 사자가 불교 관계 기념물에 나타나는 것은 기원전 3세기까지 올라가며, 인도·중국 할 것 없이 불교 미술에 많이 쓰이고 있지만, 두 마리의 사자를 맞세워 석등의 화사火舍를 받들게 하는 착상은 신라인들의 발명이고, 신라 영토 내에서만 행사된 신안특허이다.
대리석이나 사암에 새긴 날카로운 괴이한 중국·인도의 사자에 비하면, 화강암에 새겨진 신라의 사자는 토실토실 발바리같이 귀엽다. 사자 대좌의 연잎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에 사자가 회전하는 것 같은 운동감을 주며, 짧고 꼬부라진 꼬리가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석등 각부의 완전한 조화, 탁월한 조기彫技, 모두 빈틈없이 세련된 것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동심의 세계-이 친밀감과 인간미와 목가적인 낙천, 허식·집착을 잊어버린 천생의 해탈이 고금을 통하는 한국미의 척추인지도 모른다.
원래 전남 광양군光陽郡 운평雲坪에 있는 중흥산성中興山城 내의 일명사지逸名寺址에 있던 것을 1918년에 경복궁 뜰로 옮겼다가 다시 경무대景武臺(지금의 청와대)로 이건移建된 것을 사일구 후에 덕수궁으로 옮긴 것인데, 어디 산사의 고요한 뜰에 있으면 얼마나 예쁘련만, 서양인이 지은 석조전石造殿의 배경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석등이 덕수궁에 온 후 수많은 사람이 그 옆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보고 있으면 사자를 껴안기도 하고 교사가 지휘해서 석재 개석蓋石 위로 아이들을 올려 세우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신라의 사자에게 물리면 어디서 치료하려는지.

《韓國美의 探究》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