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는 부처님-요헨 힐트만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6-28    조회 : 2900
  
이 두 구의 석불은 만산 계곡 서쪽, 약 100m 높이의 야트막한 산봉우리의 약간 비탈진 곳에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비스듬히 누워있다. 왼쪽 석불은 길이가 12m이고, 오른쪽 석불은 11m이다. 이 두 석불은 산마루의 바위에 새긴 것으로, 산 자체의 일부인 셈이다. 바위가 암벽처럼 똑바로 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애불(磨崖佛)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누워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눕혀져 있는 것이다.
왼쪽 석불은 가부좌한 자세로 앉아 있는 미륵이다. 옷이 왼쪽 어깨에서 숨겨진 팔 밑으로 흘려 내려간다. 두 손은 옷으로 가려져 있다. 그 곁에 나란히 누워있는 오른쪽 석불은 서있는 미륵인데, 밑 부분이 ‘잘려나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운주사의 입불들은 흔히 이런 모습이다. 이 석불의 옷은 오른쪽 어깨에서 흘러내려오는데, 왼쪽 밑 부분은 수직선으로 흘러내리고, 오른쪽은 사선으로 비스듬히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앙은 직선으로 나뉘고 있고, 두 개의 손이 드러나 있다. 손의 자태는 나에게 다르마차크라-무드라(Dharmachakra-Mudra), 즉 전법륜인(轉法輪印)을 연상시키지만, 오른손 손가락과 왼손 손가락이 서로 마주 닿아 있지 않다. 엄지손가락의 모양으로 판단해보건대, 왼손의 손바닥은 몸 쪽으로 향해 있는 것 같다. 소박한, 거의 어린애 같은, 그러나 단호한 자태를 취하고 있어, 마치 ‘두려워 말고 누구든 나에게 오라. 나 자신 소박한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석불의 얼굴 형태는 비슷하다. 코와 입 사이에 수직선이 있는 것이 유별나다. 천불동에 있는 다른 석불에서는 그러한 수직선을 찾아볼 수 없다. 왼쪽 석불은 귀가 크고 각이 져 있으며 이마 위머리에 얹는 육계가 없다. 전설에 의하면 미륵의 힘은 육계에 깃들어 있는데, 미륵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도록 지배자들이 육계를 떼어 내버렸다는 것이다. 미륵이 일어서는 날이면 수도를 옮기게 된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왼쪽 석불 바로 곁에 육계 모양의 돌이 하나 놓여 있는데, 그것이 없어진 육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 두 석불의 형태와 위치를 조사해보면, 이 돌은 왼쪽 석불에 속하며, 또 이 두 석불이 일어설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추측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석불들은 바위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바위 자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도저히 일으켜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석불은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은 바위에 깊게 돋을새김한 것이지만, 3차원적인 조각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몇 해전 주위에 야트막한 울타리를 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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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두 ‘누워있는 석불(臥佛)’을 한 쌍의 부부로 해석하기도 한다. 왼쪽 석불은 남편이고, 오른쪽 석불은 아내로 보았는데, 아마도 아제불타(阿提佛陀, Adi-Buddha)를 생각해서 그런 해석이 나왔을 것이다. 아제불타는 공(空)을 상징하는 검푸른 몸을 가지고 있고, 고(古)미술학에 따르면 흰색의 반려자와 함께 묘사된다. 아제불타는 마하무드라(Mahamudra)의 가르침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하무드라의 경험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습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자유’에 이르게 한다. 천불동 운주사에 있는 석불·석탑들은 실제로 인습적이고 전통적인 형식들과는 매우 큰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 역시 의문이 없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의 민속신앙에서 미륵은 아직 두성으로 나뉘지 않은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여성적인 모습, 즉 ‘어머니’로서 묘사된다.  
    
요헨 힐트만 《미륵-운주사천불천탑의 용화세계》에서 발췌하였으며, 원제목은 석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