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아름다움④ 석굴암(2) - 윤경렬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6-20    조회 : 2911
삼박자의 지휘봉에 연주되는 위대한 교향악


  
석굴암에서 신비로운 것은 빛의 표현입니다. 부처님은 보통 사람과 달라서 빛을 내십니다. 머리에서 비추는 빛을 두광(頭光)이라 하고, 몸에서 비추는 빛을 신광(身光)이라고 합니다. 석굴암에는 두광만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통 불상들은 두광이 부처님 머리 바로 뒤에 붙어 있습니다만 석굴암 부처님은 머리에서 떨어져서 벽에 원반(圓盤)을 붙여 놓았습니다. 두광이 간격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예배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예배자가 부처님 앞에 다가가서 얼굴을 쳐다볼 때 부처님의 빛이 천장 위에 반사되어 온 하늘에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석굴암에는 천정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30여개의 돌못을 박았습니다. 이 돌못은 석굴암을 지탱하는데 굉장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돌못 무리는 부처님의 두광이 천정에 비쳐서 태양광선이 빛나는 빛살처럼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빛은 하늘 가에 가서 보살로 화현하여 감실(龕室) 속에 앉아 있는 본존불(本尊佛)을 바라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각각 설법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사랑을, 문수보살은 지혜를, 미륵보살은 기다림의 뜻으로 석가여래 부처님의 빛이 널리 보급되도록 했습니다. 또 벽면에는 그 가르침을 받아 정진수행(精進修行)하는 스님들의 진지한 모습이 새겨져 있으니 이 석실은 불(佛).법(法).승(僧) 삼보로 융합된 청정법계(淸淨法界) 전체의 모습입니다.
큰 속에 갇혔던 것은 작게 보이고 작은 것 속에 갇혔던 것은 크게 보입니다. 나한상들이나 보살상들은 나직한 키에 감히 부처님 앞에 어떻게 나올 수 있나 해서 벽에 얕게 붙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석굴암 안에서는 부처님이 실상보다 거대하고 위엄있어 보입니다.
중국 석굴 안에는 탑이나 사방불이 있고, 벽에도 많은 불상이 새겨져 있어 굴 안을 한바퀴 돌아 나오면서 많은 불상을 예배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부처들이 모두 돋보이려고 애씀으로써 시끄러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러나 석굴암에서는 큰 부처님관 반쯤되는 크기의 금강역사와 얇고 조용한 벽면의 조각들이 질서있는 리듬으로 흐르고 있으니 석굴암의 예술은 삼박자의 지휘봉에 연주되는 위대한 교향악과도 같은 조형예술입니다. 이 교향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교향악입니다. 이렇게 질서정연하고 예술적으로 잘된 조각품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벽에 새겨진 조각으로 잔을 들고 있는 상은 지혜의 화신인 문수보살이고, 백불자(白拂子)와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있는 상은 땅의 신(神)인 제석천왕입니다. 또 경권(經卷)을 들고 계신 상은 행원의 화신인 보현보살이고, 백불자와 정병(淨甁)을 들고 계신 상은 하늘의 창조자인 범천왕(梵天王)입니다. 전실 한 모퉁이에는 얼굴이 셋, 팔이 여덟 개인데 그 손마다 무기를 들고 험상궂은 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옥을 다스리는 아수라(阿修羅)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평화로운 얼굴이라는 석굴암 부처님의 자비는 범천의 하늘에 가득하고 제석천의 땅에 가득 차고 아수라의 지옥에까지 차고 넘치니 참으로 무한한 아름다움인 것입니다.

윤경렬, (『불일회보』, 1987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