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아름다움③ 석굴암(1) - 윤경렬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6-13    조회 : 6481
우리의 자랑, 석굴암 부처님


석굴암에 계시는 부처님은 통일신라시대의 부처님입니다. 석굴암 부처님은 신라·고구려·백제 세 민족의 지혜가 하나로 뭉쳐져서 이룩된 것입니다.
  
이 석굴암 부처님을 보고 일본의 한 고고학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로 보려니 너무나 자비롭고 부드럽다. 그렇다고 어머니로 보려니 너무도 엄격하고 위엄이 크다" 그는 또 '이 부처님을 왜 동쪽으로 앉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동쪽으로 앉혔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처럼 엄격하고, 어머니처럼 자비롭고 부드러운 이러한 인간을 초월한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일본 민족이야말로 행복한 민족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20년 전에 미국의 조각가 로던이라는 사람이 와서 석굴암 앞에서 말하기를,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인도나 태국 혹은 미얀마에서 굉장히 큰 부처님을 보았을 때 이것을 만드느라고 수고가 많았겠구나 하고 감탄을 했지만 이 석굴암 부처님 앞에서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모자를 벗고 절하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에게 "석굴암을 봤기 때문에 당신의 예술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 같습니까?"하고 물었더니 그는 "평화와 질서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또 "나는 불란서에서 로뎅의 조각도 봤고, 그리스에서 비너스 조각도 봤고 그밖의 유명한 조각을 많이 보아 왔지만 이렇게 평화스러운 얼굴을 일찍이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이 얼굴이 가장 평화스러울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평화스러운 얼굴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석굴암 부처님은 작습니다. 큰 석굴암이 아니지만 굉장히 조화롭습니다. 석굴암의 전실은 사각으로 하고 부처님 계신 곳은 둥글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옛날 사람들이 우주 철학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해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났다는 데에서 연유하여 설계한 것입니다.
모가 난 방에는 비바람을 다스리는 용이 새겨져 있고, 춤 잘 추는 건달바가 새겨져 있고, 인간과 짐승의 중간인 인비인(人非人) 긴나라가 새겨져 있고, 귀신나라의 대표 야차, 뱀나라 대표인 마후라, 새나라 대표 가루라, 그리고 귀신나라에 있는 아수라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수라는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덟 개나 됩니다. 그래서 이 아수라가 여덟 개의 팔을 마구 휘둘렀을 때 온 세상은 뒤죽박죽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수라장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석굴암은 하늘에서 지옥까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혹 하늘나라는 무한히 깨끗한데 마후라 같은 것들이 더럽히며 어찌할까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하늘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천왕이라는 무서운 장수가 있기 때문에 하늘을 더럽힐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우주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석굴암의 구조에서 특이한 것은 부처님이 우주의 핵심이라고 해서 한 가운데 두지 않고 뒤로 조금 들어가 계십니다. 우리가 얼른 생각하기에는 우주의 질서가 깨뜨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동그란 것의 어두운 부분은 뒤로 들어가 보이고, 밝은 것은 앞으로 나와 보입니다. 앞으로 나온 것은 전진의 세계이고 뒤로 들어간 부분은 후퇴의 세계입니다.
  
석굴암은 굴 속에 있기 때문에 광선이 앞에서 비추면 부처님이 밝게 보입니다. 그러니까 밝은 색깔은 실상 보다 앞에 나와 보이고, 벽은 실상 보다 들어가 보입니다. 그래서 예배하는 사람은 부처님이 둥근 우주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우리가 콤파스로 재어서 부처님을 한 가운데에 앉혔더라면 부처님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벽은 뒤로 물러가서 실상 석굴암의 질서가 어그러질뻔 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광선의 계산을 그 만큼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오늘날 석굴암안을 형광등으로 조명시키는 것은 우리 조상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옛날에 석굴암이 어떤 광선을 받았는지 확실히 찾아내서 조상들이 광선을 비춘 방향으로 빛을 비춰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옛 모습이 되살아났을 때 석굴암의 진수를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경렬 (『불일회보』, 1986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