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최순우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3-28    조회 : 3168
  
그림에 문기가 깃들인다는 것은 아무의 그림에서나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매우 능숙한 솜씨를 지닌 작가 중에도 문기가 없는 속된 그림만 남긴 사람이 적지 않고 그 반면 그림의 솜씨는 서투르더라도 풍기는 문기 때문에 늘 눈맛이 환한 그림만 남긴 작가들도 있다. 따라서 그림도 능숙하고 문기 높은 그림이라면 금상첨화격이 된다. 우봉 조희룡(1797∼1859)같은 작가는 이러한 의미로 그림도 좋고 문기도 높은 작가의 한 분으로서 가히 작가의 인품이나 학식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우봉은 그림뿐만 아니라 시문과 서예가 뛰어났으며, 특히 추사체의 진수를 터득해서 또 따를 이가 없으리 만큼 방불한 글씨를 쓴 분이었다.
매화를 즐겨 그려 매수라는 아호까지 지닌 분이어서 매화를 주제로 한 그림 중 걸작이 많고 또 난초나 산수화 등 문기 높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이 분의 그림과 추사체의 화제 글씨는 비할 것이 없으리 만큼 잘 어울릴 뿐더러 수묵으로 질풍같이 휘몰아쳐 그린 호탕한 붓자국에 흐르는 시정의 멋은 이른바 시, 서, 화 일치의 경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느낌이다. 말하자면 그 분의 사색이나 화의에 구김살이 없고 그 분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청수한 그의 인품마저 느끼게 해주니 과연 문인화가다운 화가였다고 할 수 있다.
봄 눈이 강산에 구름처럼 쌓인 산거의 주변에 청향을 뿜으며 피어나는 매화나무숲을 그려서 이렇게 압도적인 필력을 발휘하기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닐뿐더러 그림 자체가 그의 추사체 서체에서 단련된 굳건한 필력에서 오는 속도와 힘의 결정인 까닭에 그의 준법이나 구도에 독창적인 멋이 깃들이어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한 바탕을 이루어 주었다고 하겠다.
어쨌든 19세기 전반기 그림으로서는 무섭게 신선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고, 또 이 작가는 표암 강세황(1712∼1791), 완당 김정희 같은 분들과 더불어 회화비평과 회화론에서 다 비상한 눈과 이론체계를 지녔던 분이다. 그의 『호산외사』같은 저술의 내용도 그러한 함축의 일면을 보여 준 저작으로 그의  업적 중의 하나에 속한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