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대호 (白磁大壺) - 김원룡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2-08    조회 : 2353
  
    조선백자의 미는
    이론을 초월한 백의(白衣)의 미

    이것은 그저
    느껴야 하며

    느껴서 모르면
    아예 말을 마시오                                                               

    원은 둥글지 않고
    면은 고르지 않으나
    물레를 돌리다 보니
    그리 되었고

    바닥이 좀
    뒤뚱거리나
    뭘 좀 괴어 놓으면
    넘어지지야 않을 게 아니오

    조선백자에는 허식이 없고
    산수와 같은 자연이 있기에
    보고 있으면 백운(白雲)이 날고
    듣고 있으면 종달새 우오

    이것은 그저 느껴야 하는
    백의의 민(民)의 생활속에서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고금미유(古今未有)의 한국의 미

    여기에 무엇 새삼스러이
    이론을 캐고
    미를 따지오

    이것은 그저 느껴야 하며
    느끼지 않는 다면
    아예 말을 맙시다.

     김원룡 ―《한국미의 탐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