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동종의 비천상 - 김원룡
글쓴이 : 관리자     첨부파일 :       날짜 : 02-02-01    조회 : 2896
  
한국의 범종에는 그 외면에 비천(飛天)이나 불상이 주출(鑄出)되어 있는 것이 한 특색으로 되어 있다.
이 상원사 동종이 제작된 것은 성덕왕(聖德王)24년(서기 725년)이며, 경주의 봉덕사종(奉德寺鐘)보다 사십오 년이나 앞서는 현존 최고(最古)의 신라종이다.
수초처럼 나부끼는 천의자락은 악보의 음표와도 같이 원을 그리며 일회전하는 것도 있고, 그 사이사이를 탄금취생(彈琴吹笙)의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이 스며 올라간다.
봉덕사종의 육중하고 성숙한 비천에 비하면 여기 비천은 16, 7세의 가냘프고 청순한 소녀이며, 이런 얼굴을 길에서 만나면 가슴이 울렁거릴 신라 이래의 미인이다.
비천은 아래로 내려오고 천의는 위로 올라가며, 팔과 악기는 옆으로 향하여 전진하면서 그 전체가 빚어내는 경이적인 조화 ― 봄날과 같이 화창한 이 극락세계의 천녀(天女)들은 섬세하고 표현적인 선으로써만 묘출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조각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잃어버린 신라의 회화이며, 그것도 뛰어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명문에 의하면 이 종의 시주는 휴도리(休道里)라는 여성이며, 무뚝뚝하게 상원사종이라고 하느니보다 휴도리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는지.

(《한국미의 탐구》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