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三五七言 가을밤 - 정윤단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9-10-21    조회 : 3224
  

    秋夜三五七言                             가을밤

                 鄭允端                                                   정윤단

          風乍起                                                    건듯, 바람이 일어

          月初陰                                                    살풋, 달빛에 그늘

          樹頭梧葉響                                             가지 끝에는 오동잎 소리

          陛下草蟲吟                                             섬돌 아래는 풀벌레 울음

          何處高樓吹短笛                                       뉘라서 높은 다락 피리를 부는가

          誰家急杵擣秋砧                                       어느 집 다듬이소리 저리 급한가?



절에 담이 제법 많습니다. 그 담마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 같지도 않은데 담쟁이덩굴이 벋어가고 있습니다. 왜 담쟁이를 담쟁이라 하는지 알겠습니다.

저 사는 집 앞뒤의 담과 축대에도 담쟁이가 늘어지고 드리워져 있습니다. 가을 들면서 조금씩 빛깔을 바꾸던 담쟁이가 요즘은 아주 발갛게 물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무나 풀들은 아직 멀쩡하게 푸른 잎을 달고 있는데 저 혼자 술 취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뒷미닫이를 열면 축대에 드리워진 담쟁이가 액자에 끼운 사진마냥 눈에 들어옵니다. 대문을 밀고 나가다 보면 담장 가까이 다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던 관람객들과 마주칠 때가 잦습니다. 그 때마다 한마디씩 실없는 소리를 던집니다. “어, 공짜는 안 되는데……. 담쟁이가 모델료 내란 소리 안해요?” 모델료를 받아도 될 만큼 담쟁이가 곱게 물들었습니다.

담을 따라 벋던 담쟁이는 일각대문의 작은 지붕을 뒤 덮고, 더 이상 나아갈 곳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허공에 몇 가닥 덩굴손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 고독해 보입니다. 대지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직립한 담벼락에 몸 붙여 사는 것도 서러운데 더위잡을 아무 것도 없는 빈 하늘로 쟁의 촉수를 벋어야 하다니! 허방을 딛는 마음이 저럴까, 안타까워 합니다. 하긴 이것도 저 혼자만의 생각인지 어찌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