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居寄西里君 가을이 다시 오다 - 옹권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9-09-01    조회 : 3817
  


     秋居寄西里君                      가을이 다시 오다

              翁卷(宋)                                              옹권(송)

             每日看山山上立                                 날마다 산 위에서 산을 보나니

             滿山風日又秋來                                 온 산에 바람과 햇빛 가을이 다시 오다.

             貧家歲計惟收菊                                 가난한 집 해마다 거둘 것은 국화뿐

             幽徑時常不掃苔                                 그윽한 길 언제나 이끼조차 쓸지 않지.

             新得酒方思欲試                                 담은 술 새로 걸러 언제쯤 마셔 볼까

             舊存吟軸見還開                                 옛 시집을 꺼내와 열어 보고 또 보고.

             凉天在處淸如水                                 시린 하늘 펼쳐진 곳 맑기가 강물 같아

             能賦慚無宋玉才                                 노래하고 싶건만 옛 시인에 부끄럽네.



꿀밤나무는 한 해에 두 차례 잎을 떨굽니다. 모든 떨잎나무들처럼 가을이 깊어지면 상수리나무는 가지에 달린 잎들을 남김없이 지워 겨울을 준비합니다. 이보다 한참 앞서 도토리나무는 또 한 번 잎새를 덜어내어 가을을 예비합니다. 가을이 마악 시작되기 직전의 늦여름, 이 낙엽교목은 스스로 끝가지를 잘라 미련없이 짙푸른 잎들을 대지 위로 떠나보냅니다. 이때 지는 잎들은 ‘낙엽’이 아닙니다. 풀빛을 깊이 머금고 있습니다. 홀로 바람에 날리지도 않습니다. 손톱보다 짧은 가지 끝에 붙어서 서너 장, 너댓 장씩 무리지어 떨어집니다. 그 사이에는 반드시 깍지 속에 든 꿀밤을 몇 알씩 품고 있습니다. 이로 보면 아마도 이때의 ‘낙엽’은 남은 열매를 충실하게 익히려는 이 잎 지는 큰키나무의 전략임이 분명합니다.

날마다 뒤뜰을 뒤덮는 꿀밤나무 푸른 잎들을 보며 우리네 삶을 생각했습니다. 열흘 남짓 무수히 듣던 잎들이 어제오늘 부쩍 줄었습니다. 상수리나무가 어지간히 가을 채비를 끝낸 모양입니다. 이제 저 맑은 가을 햇살에 남은 열매들을 알뜰히 익혀가는 일이 남았겠지요. 온 산에 바람과 햇빛이 가득합니다.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