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 소나기 - 소식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9-07-20    조회 : 4306
  


   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                 소나기

                      蘇軾(宋)                                        소식(송)

                      黑雲飜墨未遮山                         검은 구름 먹빛 되어 산도 채 가리기 전

                      白雨跳珠亂入船                         소나기 구슬로 튀어 뱃전으로 난입터니

                      卷地風來忽吹散                         땅을 말듯 바람 불어 단숨에 흩어버리자 

                      望湖樓下水如天                         望湖樓 누각 아래 물빛 그대로 하늘빛!



얼마 전 방송을 듣자니 올해부터는 장마철 일기예보를 아니 한다더군요. 이유인즉슨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예전 같은 그런 장마가 더 이상 우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나요. 그러면서 장마라는 말도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지 않겠느냐며, 이 말 속에 담긴 어떤 삶의 결도 함께 스러져갈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웬걸요, 우리들의 성급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해의 장마야말로 근자 몇 년 사이에서는 가장 장마다워서 비오고, 비오고, 또 비오는 날이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장마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라 좋든 싫든 어느덧 우리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그 꿉꿉하고 눅눅한 나날들이 전혀 달가울 리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날들이 아무 의미 없고 마냥 맛도 멋도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장마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장마라야만 겪을 수 있는 소물소물 작은 삶의 무늬들도 생각해보면 적지 않을 듯합니다. 이런 시는 또 어떻습니까?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들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

  긴긴 장마   

                김사인, <장마>



우리에게 심심함, 한없는 무료함을 안기는 장마가 이런 시를 낳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손발을 잠시 묶어 놓는 게 장마의 미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땐 차라리 안달하는 마음 턱 내려놓는 건 어떨까요? 아예 삶을 방기한 채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라나 보러” 가는 건 어떨까요? 먹장구름이 산을 채 가리기도 전에 소나기 퍼붓다가 한바탕 바람 불어 반짝 해가 나면 호수가 하늘이고 하늘이 호수 되는 게 우리네 삶, 깊든 얕든 골짜기와 마루를 오가는 것이 세상살이라면 어느 때인들 장마구멍 같은 숨고르기가 필요치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