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規 두견새 - 이중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9-06-01    조회 : 4408
  


        子規                                   두견새

          李中(唐)                                                이중(당)

        暮春滴血一聲聲                                   늦봄에는 울음 울음 핏방울이 되어서

        洛花年年不忍聽                                   해마다 꽃 질 무렵 차마 듣지 못하겠네

        帶月莫啼江畔樹                                   달 보며 강가에선 부디 울지 마시게

        酒醒遊子在離亭                                   술 깬 길손 헤어지는 정자 위에 있느니



나라 앗긴 望帝의 넋이라지요, 두견새는? 그래서 歸蜀途, 歸蜀途 하고 운다지요? 그래서 不如歸, 不如歸 라며 운다던가요? 두견새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세상이 모두 잠든 때 홀로 깨어 울고 있는 歸蜀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울음 울음 피가 맺혀 “봄산은 한없이 아리땁건만 도리어 ‘돌아감만 못하리’라 말하는[春山無限好/猶道不如歸]” 不如歸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一枝春心을 알 리 없다던 子規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하며 진두강 가람가에 와서 운다던 접동새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오월을 보내는 밤, 소쩍소쩍 원망이 담긴 소쩍새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있습니다.

소쩍새 울음은 맑습니다. 명랑하지는 않지만 밤이 깊을수록 도드라지는, 만물을 잠재우며 깨우는 속삭임이자 절규입니다. 접동새 울음은 깊습니다. 울수록 밤은 깊어지는, 귓가에 맴도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울림입니다. 귀촉도 울음은 멉니다. 가까이서 들어도 아득한, 구름 너머 세상 밖의 共鳴입니다. 불여귀 울음은 은은합니다. 햇빛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달빛처럼 고즈넉하게 젖어드는 그늘의 수사학입니다. 子規의 울음은 고요합니다. 울수록 고요해져 기어이 큰 산 하나를 한없는 정적에 빠트리는 침묵의 목소리입니다. 하여, 마침내 두견새 소리는 혼자 부르는 노래, 고독의 언어입니다.

두견새 소리를 들으며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잠든 세상과 불화했던 남자, 시대에 비겁하지 않았던 사내, 부엉이 바위에서 고독하게 몸을 던진 사람을 생각합니다. 꿈을 버리지 않았고 분노할 줄 알았으며 참된 눈물을 흘릴 줄 알았던, 끝내 사람답고자 했던 사람에게 작별의 말을 전합니다. 소쩍새가 웁니다. 저 소리를 닮았던 그대, 그대 또한 저 소리를 들으시는지? 서역 만릿길, 눈물 아롱아롱 가지 마시고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지듯, 부디 그렇게 먼 길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