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上 겨울 강 - 유자휘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12-16    조회 : 5298
  

          江上                              겨울 강

             劉子翬                                             유자휘

          江上潮來浪薄天                            강 위로 밀물 일어 물결 하늘 뒤덮을 때      

          隔江寒樹晩生煙                            건너편 겨울나무 자욱한 저녁 안개   

          北風三日無人渡                            북풍 사흘에 건너는 이 하나 없어

          寂寞沙頭一簇船                            적막한 모랫벌엔 배들만 옹기종기



교회 하나를 보았습니다. 호숫가 야트막한 언덕에 다소곳이 솟아 있었습니다. 주변의 돌들을 모자이크처럼 쌓아올려 만든 곳이었습니다. 재료는 소박했고, 모양은 단순했으며, 크기는 긴 의자 서너 줄이 놓일 만치 작았습니다.

교회 뒤로는 호수와 산과 하늘만이 있었습니다. 주위만도 20km가 넘는다는 호수는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그들이 말하는 ‘Milky Blue’, 우리네 표현으로는 옥빛으로 빛나는 물이 넘실대고 있었고, 그 너머로 해발 3,000m가 넘는다는 산봉우리들이 멀리 눈과 구름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작은 아치형 문을 들어서면 이런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뒷면 벽의 중간을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모두 틔워 커다란 유리창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유리창 한가운데 손바닥만한 나무 십자가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실내에는 의자 몇 줄과 이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영감과 신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에게해에 떠있는 그리스 섬들에서 보았던 희고 작은 교회들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바티간, 두오모, 아야 소피아, 불루 모스크 따위와는 또 다른 울림으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작기에 크고, 비었기에 충만하고, 소박하기에 빛나고, 고요하기에 말씀이 들리는 곳이었습니다.

겨울은 우리에게 겸손과 침묵을 가르치는 계절입니다. 여행길 테 카포Te Kapo 호숫가에서 만난 작은 교회―선한 목자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의 영상이 올 겨울만이라도 저를 반 걸음쯤 겸손과 침묵으로 인도해주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