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塘夜雨 연당야우 - 이달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11-13    조회 : 5549
  

     蓮塘夜雨                             연못의 밤비

            李達                                                       이달

          秋雨漲秋池                                          가을비 가을 못에 찰랑대는데

          秋荷太多死                                          가을 연잎 거의 모두 스러졌구나

          蕭蕭葉上聲                                          서걱서걱 잎 위를 지나는 바람소리

          驚起鴛鴦睡                                          원앙 한 쌍 조을다 놀라 고개를 드네  

                                                

간밤 늦은 시각, 잠들기가 아까워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창 밖 뒤란이 소란스러운 소리. 한바탕 바람이 지나며 큰키나무 잎들을 떨구는 소리겠거니 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귀 기울여 들으니 빗소리였습니다. “빈 산에 우수수 잎 지는 소리空山落木聲/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錯認爲疎雨/스님더러 문 밖에 나가보라 하였더니呼僧出門看/시내 남쪽 나뭇가지 달 걸렸다 전하네月掛溪南樹” 松江선생은 이렇게 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했다더니, 멋 모르는 중생은 빗소리를 바람소리로, 갈잎 흩어지는 소리로 오인했나 봅니다.

보던 책을 덮고 형광등 대신 촛불을 밝혔습니다. 한결 소리들이 또렷해졌습니다. 빗소리만이 아니었습니다. 낙엽지는 소리, 마른 가지 부러지는 소리, 열매 듣는 소리, 풀벌레 찌륵거리는 소리, 시누대 서걱이는 소리, 낙숫물 토드락거리는 소리, 멧새 잠깨어 뒤척이는 소리. “빗속에 산과일 떨어지고雨中山果落/등불 아래 풀벌레 우는燈下草蟲鳴” 소리를 오래오래 앉아 들었습니다.

아침에 문을 나서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시치미를 뚝 뗀 하늘은 마냥 푸르고 표정을 싹 바꾼 바람은 더없이 순했습니다. 흔적은 오로지 길게 줄지어 선 단풍나무들 아래 가득했습니다. 짓붉은, 붉은, 노오란, 샛노란 단풍잎들이 마당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꽃밭, 아니 별밭이었습니다. 저리 붉은 채 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가지에 성글게 남은 단풍잎들은 비낀 아침 햇발을 받아 말갛게 속이 비쳐 보였습니다. 굽어보고 올려다보며 비를 든 채 쓸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