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風引 가을바람 - 유우석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9-05    조회 : 5180
  

      秋風引                                 가을바람

        劉禹錫(唐)                                              유우석(당)

          何處秋風至                                            어디에서 가을바람 오는가?

          蕭蕭送雁群                                            소슬히 기러기떼 배웅하는 곳

          朝來入庭樹                                            아침이면 뜨락의 나무에도 밀려와

          孤客最先聞                                            외로운 나그네가 맨 먼저 듣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부부 듀오 턱 안드레스Tuck Andres와 패티 캐스카트Patti Cathcart가 연주하는 <그대는 내 숨을 멈추게 해요Takes my breath away>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로지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윽하고 풍부하고 한없이 따뜻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이 노래를 듣다가 뜬금없이 아, 이 노래를 영영 들을 수 없는 것이 죽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과 느낌이 이따금씩 전혀 예기치 않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되풀이되곤 합니다. 죽음이란 눈을 감아도 환한 저 햇살 아래 고개 숙였다 다시 일어서는 억새의 은갈색 몸짓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역시 가을길을 운전하며 든 적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다가 문득 죽음 뒤에는 두 손으로 감싸쥔 찻사발의 이 온기를 더 이상은 느낄 수 없겠구나, 하고 망연한 적이 있고,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하는 시를 읊조리다가 이 구절을 영원히 소리내어 발음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겠거니, 하며 난감해진 적이 있습니다.

금방 겪고 있는 듯 생생한 실감으로 다가왔던 그럴 때의 느낌을 전할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기쁨이나 즐거움일 리는 만무하겠으나, 그렇다고 딱히 슬픔이나 아쉬움, 또는 억울함 따위도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말로는 잘 묘사가 안 되는 어떤 막막함, 아득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만일 죽음이 그런 것이라면 삶은 또 그와 마주선 지점의 무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어두운 극장에 앉아 설경구나 메릴 스트립Mary Louise Streep의 연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삶이 아닐지요? 하얀 연뿌리에 찍어 먹으라고 상 위에 올린 깨소금 종지에서 솔솔 풍기는 냄새에 가슴이 아릿해지거나, 아무 반찬 없이 양념간장 한 가지로 비빈 밥을 넘기며 목이 메는 것이 삶은 아닐는지요? 뜰에 선 나무에서 이는 가을바람 소리에 절로 귀가 기울어지는 것이 정녕 삶이 아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