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秋苦熱堆案相仍 칠월 더위 - 두보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8-18    조회 : 5330
  

   早秋苦熱堆案相仍                 칠월 더위

              杜甫(唐)                                      두보(당)

            七月六日苦炎蒸               칠월 엿새 찌는 듯 괴로운 더위 탓에  

            對食暫飡還不能               음식을 마주하고도 수저조차 못 들겠네

            每愁夜中自足蝎               밤마다 넘치는 물것만도 시름이 한 짐인데

            況乃秋後轉多蠅               가을 든 뒤 파리 더욱 기승을 부림에랴

            束帶發狂欲大呌               띠에 매인 몸 미칠 듯 갑갑하여 소리라도 지르고 싶건만

            簿書何急來相仍               문서 더미 무에 급해 잇달아 밀려드나

            南望靑松架短壑               남쪽을 바라보니 푸른 솔 한 가지 골짜기에 걸렸어라

            安得赤脚踏層氷               어찌 하면 겹겹 쌓인 얼음을 맨발로 밟아 볼꼬?
 

9월이면 옮겨야 할 부도들을 살피러 시내 건너 禪院에 잠시 들렀습니다. 여름 석 달 안거를 마치고 모든 衲子들이 雲水의 길에 오른 선원은 방방이 문이 닫혀 더없이 고요하였습니다. 부도밭 가장자리에 정정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홰나무만이 수좌들 떠난 도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 그루는 백 살쯤, 또 한 그루는 그 배가 넘을 나이를 먹은 회화나무가 지붕 너머로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자잘한 꽃이 모이고 모여 연노랑 꽃구름을 이루고 있는 이 喬木을 올려다보다 얼른 떠오른 말이 ‘槐市’였습니다.

우리가 홰나무, 혹은 회화나무라고 부르는 이 콩과의 낙엽교목을 중국 사람들은 ‘槐’라고 표기합니다. 괴시는 중국 漢代의 長安城 동쪽에 있던 시장을 이르는 말입니다. 달리 담장을 쌓거나 시설을 하지 않고 다만 회화나무 수백 그루를 줄지어 심은 뒤 그 아래에서 저자가 열렸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답니다. 이 시장은 여느 저자와는 좀 다른 ‘선비들의 시장’이었습니다. 초하루와 보름에 제각기 자기 고장에서 나는 물건을 지닌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거래하였고, 經書를 비롯한 온갖 책들과 악기 등속의 기물들을 사고팔았다고 합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모인 선비들이 거래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토론을 즐겼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옛 기록에서는 “회화나무 아래서 조용조용 예를 갖춰 논의를 펼쳤다雍容揖遜 議論槐下”고 전하고 있습니다.

굳이 비견하자면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혹은 아크로폴리스를 떠오르게 하는 괴시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수백 그루 푸르게 줄지어 선 회화나무 아래서, 무리지어 모여든 선비들이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책들을 맞바꾸며 제 주장을 펼치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회화나무 너른 그늘만큼이나 시원스럽습니다. 그 뒤로 국가 최고의 교육기관인 太學을 괴시라고 별칭한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한 것인가 봅니다.

회화나무 꽃이 필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노랗게 홰나무 꽃피면 과거 보는 선비가 바빠진다槐花黃 擧子忙”는 옛 중국의 속담이 그것입니다. 예전 중국에서는 음력 7월에 進士 시험을 보았고 바로 이 무렵에 회화나무 꽃이 노랗게 피어났던가 봅니다. 하니 회화나무 꽃이 피면 과거 응시생[擧子]이 바빠질 밖에요. 이때가 되면 장안의 수험생들은 성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공부에 몰두했는데 그것을 일러 ‘여름나기過夏’라 했으며, 조용한 거리의 셋집을 빌려 글짓기에 골몰했으니 이를 가리켜 ‘여름숙제夏課’라고 불렀답니다. 음력 7월을 ‘槐花黃’, 그것을 줄여 ‘槐黃’이라 달리 부르기도 하고, 이때 과거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踏槐’라고 이른 것도 모두 그 언저리에서 생겨난 일들이라 짐작됩니다.

여름을 ‘槐序’ 혹은 ‘槐夏’라고도 부른답니다. 하지만 회화나무 꽃 필 무렵은 음력 7월, 옛사람들의 기준으로는 이미 가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비록 굳은 날씨, 삶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새에 계수나무 가지에서는 가을바람이 생겨나고[秋風生桂枝], 그 서늘한 바람이 천지를 울리는[涼風動萬里] 시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