暑中閑詠 더위 속에서 - 소순흠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8-03    조회 : 5263

  

       暑中閑詠                              더위 속에서

           蘇舜欽(宋)                                              소순흠(송)

          嘉果浮沈酒半醺                                  맛난 과일 물에 둥실 술기운은 얼큰하고

          床頭書冊亂紛紛                                  책상머리 널린 책들 어지러워 난분분

          北軒凉吹開疎竹                                  성근 대숲 헤치면서 북창에 바람 일 때

          臥看靑天行白雲                                  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 누워서 바라보네



책상머리에서 꿈지럭거리고 있던 중복날 아침나절, 햇발이 한창 오를 무렵 삐이걱 대문 열리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았더니 노보살님 두 분이 서 계셨습니다. 한 달에 한 차례, 음력 열이레마다 함께 모여 세 시간씩 坐禪을 하는 모임에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모임의 이름은 耕田會. 心田耕作이라는 말이 있으니 ‘마음밭을 가는 사람들’쯤 되나 봅니다, 담긴 뜻이. 젊어야 일흔예닐곱, 대개는 여든을 넘긴 분들의 모임입니다.

  “어찌 오셨어요, 이 더위에? 걸어오셨습니까?”

어서 오르시라 자리를 권하며 툇마루에 마주앉기가 무섭게 콩죽 같은 땀을 흘리시는 두 분께 거푸 물었습니다.

  “오늘이 복날 아입니껴? 아침부터 날이 대단치도 않네예.”

한쪽으로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시며, 또 한쪽으로는 들고 온 보자기를 끄르시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하십니다.

꺼내 놓으신 물건은 미숫가루 더운데 이젠 그만 하시지…….

  “어데요, 하던 버릇인걸. 일 없는 늙은이가 놀민 또 뭐 하니껴.

송구하고 딱하여 말을 섞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미숫가루가 가무스름한 것은 검은 콩과 쑥 가루를 섞한 봉지, 꿀 한 병이었습니다.

  “아니 올해도 또 만드셨어요? 어서 그렇고, 그래야 먹어도 생목이 오르지 않으며, 시장할 때 한 사발씩 물에 타 먹으면 보기는 그래도 맛도 괜찮고 요기도 될 거라며 쉬엄쉬엄 덧말을 이으셨습니다.

대충 땀을 들이신 두 분은 올 때처럼 휑하니 대문을 나서셨습니다. 대문 밖에서 두 분을 배웅하며 오랜만에 활짝 갠 하늘을 올려다보니 흰구름이 둥실, 떠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