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柳 버드나무 - 하지장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4-01    조회 : 5424
  

         詠柳                                    버드나무

          賀知章(唐)                                                하지장(당)

          碧玉妝成一樹高                              미인이 단장한 듯 높다란 버드나무 한 그루

          萬條垂下綠絲絛                              올올이 드리운 가지 푸르른 색실일레

          不知細葉誰裁出                              모를레라 가느란 잎 뉘 솜씨로 마름질했나  

          二月春風似剪刀                              이월의 봄바람은 흡사히 가위와도 같거니!

달마다 마지막 일요일에 함께 모여 공부하는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엊그제, 삼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그 모임을 위해 上京하다 보니 길가에, 산비탈에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담장 안으로, 뒤란으로는 목련이 붓끝 같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맘때쯤의 목련꽃 봉오리를 木筆이라고 했던가요.

바야흐로 꽃철이 시작되는데 정작 제 눈길은 자꾸 버들가지로 향했습니다. 이제 막 잎을 틔워 연노랑도 아니고 연초록도 아닌 아득한 빛깔로 실실이 늘어진 버들가지에 꽃보다 더 오래 시선이 머물곤 했습니다.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깬 나무들 사이에서 유난히 버드나무만 엷은 구름 무더기처럼 아련했습니다.

저 연연한 느낌을 어디서 보았더라, 하다가 그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떠꺼머리 말구종 하나 데리고 봄을 찾아나선 선비가 말 위에서 흘끗 머리를 돌려 버들가지 위에서 구슬을 굴리고 있는 꾀꼬리 한 쌍을 바라보는 장면을 그린 檀園의 <馬上聽鶯圖>, 詩情 넘치는 그 유명한 그림이 생각의 그물질에 걸려 올라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의 殘像이 제 눈길을 새순 돋는 버들가지로 자꾸만 이끌었던 걸까요? 꼭 그런지는 모르겠거니와, 아무튼 단원이 툭툭 가벼운 붓질로 맑은 아취를 담아낸 버들가지가 꼭 이맘때, 이월의 봄바람이 올올이 버들가지 빗질하는 때의 모습임은 영락없어 보입니다.

한 해 가운데 버들가지 가장 이쁜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