除夜宿石頭驛 섣달 그믐 석두역에 묵으며 - 대숙륜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2-01    조회 : 5844
  

     除夜宿石頭驛               섣달 그믐 석두역에 묵으며

            戴叔倫(唐)                                          대숙륜(당)

               旅館誰相問                                     주막의 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까?

               寒燈獨可親                                     저 홀로 가물가물 차운 등불 하나 뿐

               一年將盡夜                                     이 밤이면 또 한 해가 스러지는데

               萬里未歸人                                     만릿길 먼 고향 돌아가지 못하는 이여

               寥落悲前事                                     서글퍼라 지난 일

               支離笑此身                                     우습구나 이 내 몸

               愁顔與衰鬢                                     시름진 얼굴에 희게 변한 살쩍으로

               明日又逢春                                     내일이면 또 다시 새봄을 맞이하리



설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설이라야 묵은 해 보내고 새해를 맞는 느낌이 드니 ‘쉰세대’가 영락없습니다.

요즘 절집 설 풍습으로 겨우 남은 것이 산중의 모든 대중이 법당에 모여 부처님께 세배드리는 通謁, 암자까지 빠짐없이 산중을 돌며 새해 인사를 드리는 세배, 그리고 윷놀이 정도입니다. 윷놀이는 대개 대중들이 섣달 그믐 밤 큰방에 모여 떠들썩하게 놉니다만, 그것도 요즈음은 어쩐지 시들한 인상입니다. 학인시절, 구들장이 꺼져라 발을 굴러가며 윷놀이로 하얗게 밤을 밝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는 목이 쉬어 말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응원을 하고 신명을 내곤 했습니다.

일전 禪院에서 학인시절을 함께 보낸 道伴이 찾아왔습니다. 요지인즉슨 그믐날 윷놀이에 찬조를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산중 곳곳을 돌며 추렴을 하는 것이 전해오는 관례입니다. 재주 있는 분들은 達摩니 난초니 그림을 그려 내주기도 하고, 그럴듯한 글귀를 한 붓에 휘둘러 보내고는 합니다. 그도 저도 아닌 저로서야 달리 변통할 도리를 마련할 밖에 별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침 손수 뜬 榻本 한 점을 보내는 것으로 면피를 했는데, 올해는 어찌할까 여러 날째 궁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책’이 서질 않습니다.

설이 다가오면서 이리 궁글 저리 궁글 하잘 것 없는 일들을 머릿속으로 궁글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요란스런 윷놀이도 저 속절없는 세월에 짐짓 대들어보는 과장된 몸짓은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