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月 달과 서리 - 이행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8-01-18    조회 : 5446
  

          霜月                               달과 서리

               李荇                                                   이행

          晩來微雨洗長天                             저녁 무렵 보슬비가 온 하늘을 씻어내고

          入夜高風捲暝煙                             밤 들자 높은 바람 어둔 안개 걷어내어

          夢覺曉鐘寒徹骨                             새벽 종소리에 꿈을 깨니 추위 뼈에 스미는데

          素娥靑女鬪嬋娟                             말간 달빛 하얀 서리 서로 고움 시샘하네

“밤마다 밤마다 부처 안고 잠이 들고 夜夜抱佛眠/새벽이면 새벽마다 부처 안고 일어난다 朝朝還共起”고 했습니다. 절집에서 사시사철, 일 년 열두 달, 삼백예순날, 십년을 한결같이 빼놓지 않는 일과가 禮佛입니다. 새벽 3시 정각, 道場錫 목탁소리가 천지만물을 깨우기 시작하면 대중들이 생활하는 큰방을 비롯하여 절 여기저기 숨은 듯 자리잡은 뒷방에서 하나 둘 불이 켜집니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장삼 입고 가사 걸치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새벽 종소리 들으며 법당으로 향합니다.

겨울이면 달빛에 새벽 서리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별들이 얼마나 오들오들 떨고 있는지, 범종 소리는 얼마나 얼어있는지, 예불하는 동안 얼마나 코끝이 맵고 손끝이 시린지로 계절의 깊이를 가늠합니다. 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겨울 추위가 범보다도 무섭다는데, 요 며칠간 제법 새벽 공기가 알큰합니다. 털신 바닥이 언 땅과 부딪치는 소리가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올 겨울도 이렇게 고비를 넘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