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 바람 - 이교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12-01    조회 : 5810
  

           風                            바람

            李嶠(唐)                                  이교(당)

              解落三秋葉                         三秋의 잎새를 떨어뜨리고

              能開二月花                         이월의 꽃조차 피울 수 있지

              過江千尺浪                         강물 위를 지나면 천 길 물결이 일고

              入竹萬竿斜                         대숲에 들어서면 만 그루 대나무 몸을 숙이지



바람은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遍在입니다. 그래서 바람은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不在입니다. 바람은 부재이고 편재입니다. 부재와 편재 사이, 그 어름에 바람은 있습니다.

바람은 스스로 빛나지 않습니다. 바람은 남을 의지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펄럭이는 깃발에 바람은 있습니다. 몸 뒤척이는 갈대에, 억새에 바람은 머뭅니다. 댓가지들이 하냥 허리를 휘청대는 대숲에서, 물결이 높이 이는 강물 위에서 바람은 성성히 일어섭니다. 까마득한 허공 위, 하나의 점으로 정지한 소리개의 날개 아래 바람은 엄연합니다.

바람 없는 깃발은 펄럭이지 않습니다. 바람 없는 갈대와 억새는 가을을 울지 않습니다. 바람 없는 대숲은 風竹을 만들지 않고, 바람 없는 강물은 물결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바람은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되 자취가 없습니다. 스스로 빛나지 않되 빛내주는 자입니다.

창 밖 바람소리에 귀가 예민해지는 계절입니다. 이럴 때 저는 절집의 바람과 깃발에 관한 고전적인 논쟁에 마음 기울이기보다는 차라리 베티 미들러Bette Midler를 듣겠습니다. “당신은 내 날개 아래의 바람you are the wind beneath my wings”이라고, 그래서 “당신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리I would be nothing without you”라고, 그리하여 “당신이 내 날개 아래 바람일 때 나는 소리개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다/I can fly higher than an eagle when you are the wind beneath my wings.”고 노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