蘇秀道中自七月二十五日夜大雨三日秋苗以蘇喜而有作 들판을 바라보며 - 증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8-16    조회 : 5636
  

  

蘇秀道中自七月二十五日夜              

大雨三日秋苗以蘇喜而有作        들판을 바라보며

              曾幾(宋)                                증기(송)

                 一夕驕陽轉作霖                      하루 저녁 사납던 태양 소낙비로 바뀌어서

                 夢回涼冷潤衣襟                      서늘하여 꿈을 깨니 옷자락이 젖는구나

                 不愁屋漏床床濕                      지붕 새어 젖는 마루 시름할 일 바이 없고

                 且喜溪流岸岸深                      물언덕 가득 흐르는 냇물 기쁨이 넘실넘실

                 千里稻花應秀色                      천리에 아득히 벼꽃은 빼어나리

                 五更桐葉最佳音                      오경에 오동잎 소리 저리도 어여쁜 걸

                 無田似我猶欣舞                      땅 한 조각 없는 내가 춤출 듯 이리 좋은데

                 何况田家望歲心                      하물며 풍년 바라는 농부들 마음이랴!



여러 해 전의 늦은 가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마련한 남도 답사 자리에 어쩌다 말석 하나를 차지해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고은 선생, 김주영 선생, 리영희 선생 …… 등 누구나 아실만한 분들이 여럿 동행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리영희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하신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까지 산에만 단풍이 있는 줄 알았더니 어제 오늘 그게 아님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남도의 가을을 보고서야 들판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벼포기가, 초라한 지붕 위로 말갛게 익어가는 감나무 열매들이, 벌판과 감나무와 산들의 배경이 되어 주는 파란 가을 하늘이 불타는 단풍 못지않은 단풍임을 비로소 알았노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며칠 전 쌀의 고장 이천에 있는 어느 도자기 가마에 잠시 들렀었습니다. 마을길 양쪽으로 펼쳐진 논이 청청했습니다. 벼이삭이 팬 올벼들이 듬성듬성 짙푸른 논 사이에 섞여 있었습니다. 아 계절이 벌써 이만큼 왔나, 싶었습니다. 문득 푸른 논도 단풍에 뒤지지 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하늘에 별이 은가루 뿌린 듯하더니, 오늘은 거의 한 달만에 푸른 하늘이 비치고 마당으로 햇빛이 싱싱하게 내리쪼이고 있습니다. 푸른 벼포기가 열기를 뿜는 들녘에서 땀을 흘릴 분들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