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崔逸人山亭/ 隱士 최씨의 山亭에 - 전기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5-18    조회 : 5690
  

   題崔逸人山亭                     隱士 최씨의 山亭에

         錢起(唐)                                      전기(당)

             藥徑深紅蘚                                   붉게 물든 이끼에 작약 꽃길 한결 깊고

             山窓滿翠微                                   산창에는 푸르른 산 기운이 가득하이

             羨君花下醉                                   꽃 아래서 취한 그대가 부럽구만

             蝴蝶夢中飛                                   꿈속에선 나비 되어 훨훨 날고 있으리니



芍藥은 牡丹에 비해 野趣가 있어 좋습니다. 두 꽃이 비슷해서 중국 사람들은 모란을 木芍藥이라고 부르면서도 모란을 花品의 으뜸으로, 작약을 그 다음으로 쳤답니다. 그래서 모란을 花王, 작약을 花相이라 일렀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찍이 濂溪先生이 지적했듯이 모란이 부귀한 꽃이기는 해도 조촐하고 호젓한 품새야 작약에 앞서지 못함이 분명해 보입니다. 얼마 전 전시에 나온 강요배 畵伯의 <산작약> 앞에서 오래 머물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모란보다 작약에 기우는 마음이 그저 개인적인 취향인가요?

요즘 절에는 모란이 이운 자리를 작약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침 햇발이 크게 오르기 전까지는 앞뒤의 미닫이와 창이 젖은 한지에 연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스름합니다. 봄도 깊고, 숲도 깊고, 절집의 정적도 깊고……. 한 가지 부족한 것은 다만 한가한 나비의 꿈―莊周의 胡蝶夢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