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夜與客飮杏花下 달밤 살구꽃 아래서 - 소식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5-01    조회 : 5862
  

  

 月夜與客飮杏花下           달밤 살구꽃 아래서

          蘇軾(宋)                                소식(송)

          杏花飛簾散餘春            살구꽃 발 사이로 날아들어 남은 봄을 흩는 밤

          明月入戶尋幽人            밝은 달 사립 열고 숨어사는 이를 찾누나  

          褰衣步月踏花影            옷자락 걷어쥐고 달빛 아래 거닐며 꽃 그림자 밟으니

          炯如流水涵靑蘋            환하여라, 시냇물에 파란 부평 남실대듯

          花間置酒淸香發            꽃 사이로 따르는 술 맑은 향기 떠오나니

          爭挽長條落香雪            하필 긴 가지 당겨 눈인 양 향그런 꽃잎 술잔 속에 떨구랴 

          山城酒薄不堪飮            산마을 술이 묽어 마실 만 못하리니

          勸君且吸杯中月            그대여 잔 안에 뜬 달과 함께 마시게

          洞簫聲斷月明中            퉁소 소리 끊기고 달빛은 휘영청 밝아

          惟憂月落酒杯空            오직 하나 시름은 달 지고 잔 비는 일

          明朝捲地春風惡            내일 아침 땅을 쓸 듯 봄바람이 사나우면

          但見綠葉棲殘紅            지다 만 붉은 꽃 몇 점만 푸르른 잎 사이에 남으리



꼭 한 주일 사이에 남도 답사를 두 차례, 서울 나들이를 세 차례나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길에서 한 주일을 보낸 셈입니다. 덕분에 여느 해 같으면 움켜쥔 모래처럼 모르는 결에 스르르 빠져나가던 봄빛을 겨웁도록 누린 듯합니다.

요즈음은 온도가 상승하는 바람에 남북을 가릴 것 없이 봄빛도 동시에 한 빛깔로 채색되어버린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곳에 따라 편차가 없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경기도 양평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이윤기 선생댁―過人齋에는 지금 한창 산벚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복사꽃도 이제 막 滿開를 넘기고 있었고, 지천으로 흐드러진 게 조팝나무였습니다. 작은 연못가, 산벚꽃 그늘 아래서 사람들은 앉고 서고 눕고 거닐며,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래순 엄나무순 취나물을 뜯고, 잔을 기울이고, 너울너울 춤을 추고, 한 소금 낮잠에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따순 봄빛이 왼종일 축복처럼 골짜기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지는 꽃, 가는 봄이 아쉬운 건 틀림없지만, 그래서 또 꽃은, 봄은 정녕 아름답지 않던가요? 

[lys12300] 08-09-16
양평의 봄을 허리춤에 차고
새악시 볼같은 봄을 머리에 이고
내고향 양평에 가고싶어라.
이임순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