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子正月五日曉過大皐渡 새벽 나루터 - 양만리
글쓴이 : 학예실     첨부파일 :       날짜 : 07-02-16    조회 : 5729
  

庚子正月五日曉過大皐渡              새벽 나루터

           楊萬里(宋)                               양만리(송)

               霧外江山看不見                          안개 밖 강과 산은 보아도 뵈지 않아

               只憑鷄犬認前村                          닭 울음 개 짖는 소리 너머 마을 있음 알겠어라

               渡船滿板霜如雪                          나루터 발판 가득 서리가 눈 같아서

               印我靑鞋第一痕                          내 신발 첫 자국이 그 위에 길을 내네



산중에서 또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합니다. 어느 옛 사람은 산중에서 한 해를 보내는 감회를 “먼 길 떠나는 정든 님 보내는 것 같다(似送情人赴遠途)”고 했습니다만, 그게 어찌 세월이 흘러감이 아쉬워서였겠습니까? 다만 세월의 강물에 던졌던 그물에 잔챙이 몇 마리 외에는 그다지 건져 올릴 물고기가 없어서 못내 허전한 탓이었으리라 내심으로 짐작해 봅니다. 정녕 내 가난한 살림살이가 씁쓸하고 쓸쓸할 뿐, 흐르는 시간에는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새해는 안개 서리 가득한 정월 초닷새의 새벽 나루터.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희고 깨끗한 백지 한 장. 비록 안개 가득하여 앞길을 가늠하기 수월하지 않을지라도 그 위에 찍는 여러분의 첫 발자국이 선명하기를! 글씨든 그림이든 그 위에 쓰고 그리는 연필 자욱이 조촐하고 아름답기를!